"장애 있으면 시 못쓰나요"…한-베트남 장애인들 공동시집 펴내

입력 2018-10-28 09:11  

"장애 있으면 시 못쓰나요"…한-베트남 장애인들 공동시집 펴내
두번째 아시아장애인 공동시집…"장애문인 활동영역 넓히는 계기"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우리 장애인들은 국제 교류를 하기 힘들어요.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과 시를 통한 문화교류부터 시작했죠."
신체장애가 있는 한국과 베트남 시인들이 공동으로 시집을 펴냈다. 두 나라 문인들이 써낸 작품은 '시로 엮은 내 사랑을 받아주오'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였다.
뇌병변과 근이양증 등을 앓고 있는 국내 시인 6명과 베트남 장애 시인 5명이 참여한 시집에는 시 40편이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각각 수록됐다.
이번 책은 지난해 미얀마 장애 시인들과 함께 펴낸 시집 이후 두 번째 아시아 장애시인들의 공동 시집이다.
공동 시집을 펴낸 장애인 불자 모임 '보리수 아래'의 최명숙 대표는 28일 "장애인 가운데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많지만, 일반인보다 제약이 많다 보니 견문이 넓지 않다"며 "해외는 물론 국내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하는 자리에 나가기 어렵고, 등단하거나 작품집을 내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며 시집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최 대표는 "장애인 시인이 쓴 시라고 해서 장애에 대한 불편함이나 현실을 담고 있지 않다"며 "일상을 담은 서정시나 사랑에 관한 시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작품을 순수한 문학 작품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집을 매개로 장애를 가진 문인들의 활동영역이 넓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시집이 나온 이후 반응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뇌병변 장애인인 성인제(49) 시인 역시 첫 번째 시집을 보고 '참여하고 싶다'며 최 대표에게 먼저 연락을 해와 두 번째 시집에 참여하게 됐다.
최 대표는 "'보리수 아래' 회원이 아니더라도 장애를 가지고 문학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시집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5년 후에는 시집 발간에 참여한 미얀마, 베트남 등 아시아 여러 나라 시인들이 다 함께 시집을 내고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꿈꿔본다"고 기대했다.
시집 발간에 참여한 한국과 베트남 장애시인들은 다음달 7일 서울 중림종합사회 복지관 대강당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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