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가톨릭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던 한 성당을 이슬람단체가 구입하자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북부 롬바르디아의 도시 베르가모에 위치한 이 성당은 지금은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병원의 부속 건물로, 성 프란치스코와 초기 교회 수사들을 모델로 기도와 가난한 삶을 추구하는 수도회인 카푸친작은형제회의 예배당으로 과거 사용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5일 롬바르디아 주정부가 실시한 경매에서 베르가모 무슬림협회는 이 성당을 45만 유로(약 5억8천만원)에 낙찰받아 새 주인이 됐다.
무슬림협회는 이곳을 기도와 예배를 위한 곳으로 사용할 계획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우파 성향의 현지 대중지인 '리베로'는 26일자 신문 1면에 "알라가 예수를 쫓아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가톨릭 성당이 이슬람 예배당인 모스크로 바뀌게 됐다고 개탄했다.
이 신문은 이번 경매 결과는 또한 '신성모독'이자 이탈리아인들의 '역사적 패배'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중도 좌파 민주당 소속의 조르지오 고리 베르가모 시장은 "이번 일은 롬바르디아 주정부가 소위 '반 모스크 법'을 제정해 가톨릭 이외의 종교가 새로운 예배 장소를 여는 것을 실질적으로 금지한 데에 따른 것"이라며 주정부에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한편, 반난민·반이슬람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 베르가모 지부는 "이 성당이 보호 문화재 목록에 오른 건물이라는 점을 내세워 경매 결과를 무효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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