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2016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와의 설전으로 이름값을 높인 유명 앵커 메긴 켈리(48)가 이름을 내걸고 진행한 NBC 간판 프로그램에서 전격 하차했다. 인종주의에 대한 무신경한 발언이 후폭풍을 맞은 지 단 사흘 만이다.
NBC는 26일(현지시간), 아침 토크쇼 '메긴 켈리 투데이가 더 이상 방송되지 않는다며 "다음 주부터 나머지 공동 앵커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NBC는 "켈리 변호인단과 추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켈리가 프로그램 중단에도 NBC에 남을 지 즉시 NBC를 떠날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켈리는 미국의 이색 명절 핼러윈(매년 10월31일)을 앞둔 지난 23일 방송에서 패널 3명과 함께 각 기관과 단체가 금지령을 내린 핼러윈 복장들을 소개하면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지나치게 과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핼러윈 분장은 내가 아닌 모습으로 꾸미고 즐기려는 것인데, 백인이 블랙페이스(blackface)를 하거나 흑인이 화이트페이스를 하면 문제가 된다. 우리 어릴 적엔 괜찮았다"며 "개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표현은 '블랙페이스'다. 노예제도가 잔존해있던 19세기, 백인 배우가 흑인 연기를 하면서 흑인의 신체적 특징을 극적으로 과장한 분장을 일컫는다.
비난이 일자 켈리는 24일 방송과 사내 이메일을 통해 "핼로윈 복장에까지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옳은가 생각해보자는 취지였다"며 "인종 분장이 괜찮다고 생각한 건 그른 판단이었다"고 사과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변호사 출신 켈리는 2004년 폭스뉴스 기자로 입사했으며 12년 계약 기간 만료 후인 작년 1월, 3년 6천900만달러 계약을 맺고 NBC뉴스로 자리를 옮겼다.
대선기간 몸값을 잔뜩 올리고, 자서전을 통해 폭스뉴스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로저 에일스로부터 성희롱 당한 사실을 폭로한 직후였다.
그러나 NBC는 '켈리 효과'를 기대만큼 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켈리의 발언은 종종 논란이 됐고, 켈리가 아침방송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NBC측은 켈리의 투데이 쇼 첫 시즌 시청률은 평균 13%로,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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