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경영대학원서 특강…기가토피아 이어 2년연속 수업사례 선정
"KT, 스마트에너지 가장 잘하는 네트워크 기업"…하버드서 통산 9번째 강연
(보스턴=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통신사가 에너지 사업을 한다고 하면 '왜 하지? 어떻게 하지?'라고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으실 텐데, 실제로 에너지 사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업이 KT입니다. '에너지 플랫폼'이 그 키워드입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경영대학원·HBS) 강의실.
연단에 선 황창규 KT 회장은 네트워크 기업의 비전으로 '에너지 플랫폼'을 제시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21세기 에너지' 과목의 케이스스터디 사례로 채택한 'KT 스마트에너지 사업'에 관해 특강하는 자리다.
미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 책임연구원을 지낸 황 회장은 유창한 영어로 토론을 이끌었고, 한국의 네트워크 기업이 꺼내 든 '예상 밖 비즈니스모델'에 70여 명의 학생은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석사 2년 차 에릭은 "KT가 다른 네트워크 기업들과는 달리, 전통적인 ICT 영역을 넘어 공격적인 에너지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에너지 사업 특유의 규제 장벽을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해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황 회장은 "국가별 표준, 규제, 기술 등을 고려하면 에너지 사업의 글로벌 진출은 당연히 어렵다"면서 "이를 극복하는 키워드가 KT 자체의 플랫폼 역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T는 비제조업 민간 업체로서는 한국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많은 기업"이라며 "이미 ICT를 이용해 에너지 절감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왔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가상현실(VR)을 통해 올해 여름철 두 달간 연구·개발(R&D) 센터의 에너지비용을 약 12% 절감한 경험을 제시하면서 "관리 플랫폼과 빅데이터 분석, 설비교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최적 자동제어 등을 모두 활용하면 무려 75%까지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에너지 사업은 지능형 통합에너지 관리 플랫폼(KT-MEG),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에너지 빅데이터 분석 엔진(e-Brain) 등을 기반으로 에너지 생산·소비·거래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모델이다. 말하자면 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하고, 소비를 효율화하면서, 거래를 최적화하는 개념이다.
에너지 흐름의 모든 단계에 걸친 전면 플랫폼으로서는 유일한 사례다.
현재 '기가 에너지' 사업의 매출은 2천억 원대로, 2020년 5천억 원, 2022년에는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KT의 사업모델이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케이스스터디에 채택된 것은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엔 KT의 핵심 사업인 '기가 토피아 전략'이 하버드 교재에 실린 바 있다. 통신과 에너지 분야가 차례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생들에게 소개된 셈이다.
황 회장으로서도 KT 사업모델만으로 두 차례 하버드 강단에 서게 됐다. 이와 별도로, 지난 2016년에는 하버드대 메모리얼 홀에서 '네트워크의 힘'을 주제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을 1년에 2배씩 증가시키는 '황의 법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삼성전자 사장 시절까지 포함하면 벌써 9번째다.
황 회장은 "최근에는 ICT를 기반으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플랫폼(GEPP)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브로드밴드위원회 총회에 발표됐다"면서 "인류가 당면한 에너지 및 감염병 문제에 대응하는데 KT의 ICT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가 KT의 스마트에너지 사업에 주목한 것은 기존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 효과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포레스트 라인하르트 교수는 이번 특강을 앞두고 마련된 간담회에서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동남아시아의 모든 이들은 한국처럼 IT 분야에 유능해지고 싶어 한다"면서 "특히 KT는 다른 글로벌 통신사들과는 달리, 공격적인 사업에 나선 것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친환경 등 지속가능 경영에 정통한 라인하르트 교수는 "KT의 스마트에너지 사업에 대해 학생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면서 "크게는 기존 에너지 사업자들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되거나, 경쟁보다는 협력할 사안이 많은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하고, 또는 주력사업자로 자리 잡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등 세 가지 반응이 많다"고 설명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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