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가는 조정원 총재 "태권도는 하나…남북합동훈련도 했으면"

입력 2018-10-29 06:30  

평양 가는 조정원 총재 "태권도는 하나…남북합동훈련도 했으면"
세계연맹 시범단 이끌고 30일 방북…평양서 두 차례 시범공연
"수십 년 단절돼 시간 필요하겠지만 태권도는 다시 하나 될 것"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세계태권도연맹(WT) 임직원의 명함 한 면에는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라는 뜻의 영어 문장(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이 적혀있다. 올해 WT의 캐치프레이즈다. 경희대 설립자이자 조정원(71) WT 총재의 아버지인 고(故) 조영식 박사가 썼던 책 제목이기도 하다. 태권도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밀알이 되는 지금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다. 2016∼2017년 WT의 캐치프레이즈는 '원 월드, 원 태권도'(One World, One Taekwondo)였다.
조정원 총재는 북한 주도로 성장한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초청을 받아 WT 태권도시범단을 이끌고 30일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WT 시범단은 4박 5일 동안 평양에 머물면서 태권도전당에서 두 차례 시범공연을 한다. WT가 평양에서 태권도 시범공연을 하는 것은 지난 4월 초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당시 WT 시범단은 우리 예술단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으나 조 총재는 연맹 일정 때문에 동행하지 못했다.
방북 준비가 한창이던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WT 사무국에서 조 총재를 만났다.
조 총재는 "태권도는 뿌리가 하나다"라면서 "수십 년간 단절돼 있었던 만큼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ITF와의 노력으로 태권도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한 스포츠로 길이 남으리라 본다"고도 했다.
다음은 조 총재와의 일문일답.



-- 이번 평양방문이 성사되기까지 과정은.
▲ WT와 ITF의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논의는 전임 고(故) 김운용 WT 총재와 장웅 ITF 총재(현 ITF 종신명예총재) 때 시작한 것이다.
이후 나와 장 전 총재가 2006년 12월 카타르 아시안게임 기간에 양 단체의 행정 및 기술통합문제를 다룰 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이후 몇 차례 실무 협의를 했다. 그러나 40년 가까이 단절됐던 것이 갑자기 하나 되기란 쉽지 않았다.
2013년 3월 독일오픈대회가 열린 함부르크에서 장 전 총재를 만나 "서로를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접근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 논의가 다듬어져 양 단체가 2014년 8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입회하에 상호 인정과 존중, 양 단체 주관 대회 및 행사 교차출전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의정서를 체결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15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 세계선수권대회 때 ITF가 우리의 초청을 흔쾌히 수락해 개회식에서 시범공연을 펼쳤다.
2017년 무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와 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TF 시범단이 방한했다.
이 사이 평양에서 열리는 ITF 세계선수권대회에 우리 시범단도 초청받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실제 방문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4월 초 우리 시범단이 예술단과 함께 평양에 초대받아 두 차례 시범공연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지난 8월 ITF가 초청장을 보내와 평양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올림픽 스포츠로서 태권도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평양에 가서도 정치적 환경을 떠나 앞으로 태권도가 하나로 가는 방안을 더 구체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 태권도가 한반도 긴장 완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연맹 수장으로서는 어떻게 바라보나. 또 회원국들이나 국제스포츠계의 반응은 어떠한가.
▲ WT 혼자가 아닌, ITF와 함께 한 노력이다. 스포츠가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평화를 지향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대단히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회원국, 집행위원들도 태권도가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무주 세계선수권대회 때 직접 합동 시범공연을 지켜본 바흐 IOC 위원장 역시 상당히 흡족해하면서 계속 이어지길 바랐다.
교황청 요청으로 이뤄진 지난 5월 말 바티칸 공연 때는 비록 ITF가 불참했지만 남북의 화해와 화합, 평화를 주제로 한 시범에 프란치스코 교황도 감동하고 직접 시범단을 격려해주셨다.
최근 유스올림픽이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도 다녀왔는데 IOC 위원, 국제경기연맹 회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해주더라.
전쟁을 통해 얻은 승리는 오래갈 수 없다. 태권도는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 국면에 크게 기여한 스포츠로 길이 남으리라 본다.

-- 최근 교류가 잦아지면서 양 단체 간 신뢰도 많이 쌓였을 듯한데.
▲ 평창올림픽 개회식 시범 때 WT와 ITF가 합동으로 하는 대목이 있었다. 단 10분 연습하고 해냈다. 달라졌다고 하지만 합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금방 할 수 있다. 우리끼리 마음의 벽을 쌓았던 것일 뿐이다. 태권도는 하나였다. 처음 태권도를 해외에 전파할 때 WT, ITF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다. 시범공연만 보더라도 ITF의 시범이 특별히 생소하지는 않다. 우리도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했기 때문이다. ITF는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변했다고 볼 수 있다. (최홍희 ITF 창설 총재가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하기 시작한) 1980년부터 단절됐다고 본다면 약 40년 가까이 됐으니 금방 하나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40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몇 년 사이에 더 굳건한 협력관계가 구축될 것이다.



-- 2014년 맺은 합의의정서에는 ITF 소속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나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에 관한 내용도 있다. WT 총재단이 이번에 함께 방북하는 데보다 진전된 합의의정서 이행 방안 등을 기대할 수 있나.
▲ 지금도 ITF 소속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WT 경기 방식을 통해서 선발전을 통과하면 된다. WT 소속 선수들 역시 ITF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리스트) 제이드 존스(영국)는 어렸을 때 ITF 태권도를 수련했으나 올림픽에 나가려고 WT 경기 방식을 배웠다.
장애인태권도 부문은 WT와 ITF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프리스타일 품새, 비치 품새 등 새로운 영역에서도 쉽게 같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겨루기나 일반 품새 부문의 상호 대회 교차출전은 조금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이는 합동훈련센터가 실마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장소가 어디가 됐건 훈련센터를 만들어서 함께 훈련하고 지도자, 심판교육도 진행하면 달라진 겨루기나 품새의 간극을 좁히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세계 여러 곳에 있는 WT의 훈련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에 구체적인 상호 협력방안이 논의되리라 본다.




-- 이번 시범공연에는 어떤 메시지를 담아내려 하나.
▲ 태권도가 격투기 종목이지만 세계평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공연 내용이나 배경음악 등도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스포츠로서의 태권도를 주제로 했다.

-- 조 총재 개인적으로도 이번 방문의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 돌아가신 부모님 모두 고향이 이북이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부터 주변 친척이 다 평안도 사투리 쓰는 분들이어서 아직도 그분들과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억양이 나온다.
선친은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위원장을 10년 이상 맡았는데도 '나보다 더 가고 싶은 분들 먼저 보내고 가겠다'고 하다가 결국 고향(평북 운산)에 못 가보고 돌아가셨다. 그런데 내가 평양 땅을 밟는다. 부모님 고향에도 한번 가보고는 싶지만, 이번에는 두 연맹 간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고 더 발전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hosu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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