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성 부상 러시아행 주목…北 '배후 다지기' 가능성
9월 시진핑 방북 저지했던 美, 어떤 반응 보일지 관심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미 고위급 회담과 실무협상이 미뤄지는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여부가 한반도 정세의 새 변수로 부상하고 있어 보인다.
28일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의 대(對) 러시아 외교 담당인 신홍철 외무성 부상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본격적인 북미대화 재개 이전에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모스크바 현지 외교 소식통도 "신홍철 부상이 (이번 주 초로 예정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차관과의 회담에서 북러 양자 현안들과 함께 김 위원장의 방러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올해 들어 남한·미국·중국 정상과 총 7차례 회담한 김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의 러시아 방문을 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올 한해 마지막 정상외교 과제가 될 수 있다.
러시아도 지난 5월 말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 위원장이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든지 아니면 별도로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김 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집중하는 동안 러시아 방문 카드는 뒷순위로 밀리는 듯했지만 북미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다시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우선 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과의 일대 담판을 앞두고 중국과 함께 러시아를 자신들의 배후 지지세력으로 잡아두는 데 관심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완화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양국관계를 더욱 확고히 다지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북미 협상 과정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 러시아가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대북제재 완화 때 가능한 북한-러시아 경제협력 사업을 정상회담서 논의함으로써 북미대화가 좌초할 때를 대비한 '보험'을 드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논의의 장(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목소리를 회복해 동북아 외교 입지를 확대하는 한편 북한을 대미 지렛대로 만들 의도가 있어 보인다.
결국, 북한-러시아 관계 강화는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놓고 본격화할 전망인 북미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러시아를 지원군 삼은 북한의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움직임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주목한다.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9절) 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 조야에선 이른바 '중국 배후론'(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배경에 중국이 있다는 주장)을 강력히 거론하고 중국을 경계함으로써 시 주석의 9·9절 방북은 결국 무산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김 위원장의 방러 움직임에도 견제 섞인 시각으로 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아울러 트럼프 미 행정부가 9월 중국을 상대로 했던 것처럼 강한 견제구를 던질지에 대해 주목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28일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자신들 후방의 우군을 먼저 튼튼히 한 뒤 적진에 뛰어들려는 듯한 모습"이라며 "미국으로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방중했을 때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듯 이번에도 저지하고 나설 명분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나 중국도 대북제재 틀을 노골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미국이 대놓고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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