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우승…"이제는 외모 부각 기사도 당당히 볼 수 있어"
(서귀포=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4년간 매번 '기대주'로서 인터뷰를 했는데, 이제는 우승자로서 인터뷰를 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박결(22)이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하면서 만년 기대주 꼬리표도 기분 좋게 떼어 버렸다.
박결은 28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2·6천643야드)에서 끝난 KLPGA 투어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박결은 선두와 8타 차 공동 10위로 출발했으나,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아내는 맹타를 휘두르며 정상에 올랐다.
박결은 김민선(23)과 공동 선두에 오른 상태에서 먼저 라운드를 마쳤다.
퍼팅 연습을 하면서 연장전에 대비하던 박결은 이후 김민선이 17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로 무너지자 단독 선두에 올랐고, 김민선이 18번홀(파4)도 파로 마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박결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골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15년 KLPGA 투어에 데뷔, '슈퍼 루키'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2회, 2016년 1회, 2017년 1회, 2018년에도 2회 등 준우승만 6번 하면서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박결은 "루키 시즌 때 너무 주목받으면서 올라와서 부담이 많이 됐다. 우승 부담도 컸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돌아봤다.
박결은 '인형 외모'로도 주목을 받았다. 성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어서 외모에 쏠린 관심도 부담스러웠다.
박결은 "외모 문제로 스트레스도 받았다. 항상 '1승도 못했는데, 저렇게 기사가 많이 나온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이제는 그런 기사가 나와도 1등을 했으니 당당하게 보겠다"고 후련해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고 말해왔다. 이제는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인 것 같다"며 "올해 초 아파서 힘들었는데, 우승으로 마무리해서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결은 이날 보여준 '무결점 플레이'를 생각하며 "샷, 퍼터 모든 게 완벽하게 잘 떨어졌다. 그래서 타수를 잃지 않고 6언더파를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찍 라운드를 마치고 연장전을 준비할 때는 "너무 떨렸다"고 돌아봤다.
박결은 "오늘은 플레이 내용만으로 너무 만족하고 있었다. 공동 선두인 줄도 몰랐다. 스코어카드를 내고 간단히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데 캐디 오빠가 연장전을 준비하자고 하더라. 너무 떨려서 연습도 안 되고 스코어보드만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민선의 17번홀 더블보기로 단독 선두가 됐을 때는 "그래도 떨리는 게 가라앉지 않았다. 많이 떨렸다"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고 한다. 민선 언니가 나중에 이글을 할 수도 있었다. 많이 떨렸다"고 떠올렸다.
박결은 우승 확정 소식을 듣고 동료 선수들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정연주 언니, 김지현 언니 등 누구보다 많이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던 언니들이 있다. 연주 언니가 먼저 울더라. 지금까지의 일이 생각나서 저도 울었다"고 말했다.
박결은 "항상 매년 초 목표는 '우승'이었는데, 다음 목표는 생각 안 해봤다"며 "이제 올 시즌도 1개의 대회만 남았는데, 내년 시즌에도 더 기대 많이 해주신다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