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선수 출신 서울방배서 김현수 경감…강력형사서 '경제수사통' 변신
"경제범죄도 '살인' 못지않게 중요…경찰수사 상향 평준화 이끌 것"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다단계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적이 있어요. 그때 흉기뿐 아니라 세 치 혀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국내 최초로 경찰청에서 다단계 유사수신사범 전문수사관으로 선발된 서울 방배경찰서 소속 김현수 경감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경찰 전문수사관에는 전체 88개 분야 총 681명의 수사관이 선발됐다. 이중 처음으로 다단계 유사수신사범 전문수사관이 탄생했다.
국내 1호 다단계 유사수신사범 전문수사관이 된 김 경감이 처음부터 경제 범죄 분야 수사관이었던 것은 아니다. 체대 유도선수 출신인 김 경감은 강력 사건을 담당한 '열혈 형사'로, 1997년 경찰에 입문했다.
하지만 2001년 5인조 강도를 추격하다 다쳐 병원에서 10주 동안 입원하면서 강력팀에서 수사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사팀으로 온 뒤 처음 맡은 사건이 다단계 유사수신 사건이었다고 한다.
김 경감은 "3천200억원대 유사수신 다단계 사기 사건이었는데 당시 피해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사기 범죄 때문에 가정이 파괴되고, 심하면 생명까지 잃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젊었을 때 강력계 형사를 하면서 살인 사건을 담당하는 강력계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가 숨진 사건을 겪자 강력팀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 경제 범죄도 살인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떠올렸다.
이후 서울청 광역수사대 지능수사반장,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 지능수사팀장, 경기 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등을 맡으며 수사 분야에서 맹활약했다. 지난해에는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한 1천500억원대 사기 사건을 맡아 필리핀에서 사기범을 검거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경제 범죄 수사는 어렵고 형사들이 하기 싫어한다"며 "보통 한 사건당 1만쪽이 넘는 서류를 검토해야 하고, 용어들도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단계 조직들이 쓰는 수법과 용어 등 전문지식을 공부하는 것이 다단계 사기 수사의 노하우"라며 "경찰대에서 강의하면서도 이론과 실무의 조화를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김 경감은 전문수사관이라고 해서 경찰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전문수사관이라고 해서 한 분야만 수사하거나 기획 수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선에 있으면 경찰이 취급하는 혐의가 200개가 넘는다. 경찰은 전천후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수사관으로서 경찰 수사력을 한 단계 올리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김 경감은 "내년 일차적으로 경찰에 수사권이 넘어오면, 검찰이 독점했던 증권 관련 범죄도 경찰이 하게 된다"며 "전문수사관이 경찰 전체를 상향 평준화하는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시민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경감은 "투자 관련 업체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제도권 금융조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정상 등록업체인지 확인한다면 다단계 사기에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p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