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PO 2차전서 친정 넥센 상대 1⅔이닝 무실점 역투
(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불같은 강속구가 강점이던 좌완 김택형(22·SK 와이번스)에게서 시속 150㎞를 넘는 공을 볼 수 없었다.
대신 타자 몸쪽을 과감하게 찌르는 담력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친정팀 타자들을 줄줄이 돌려세웠다.
김택형은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포스트시즌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 1⅔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흐름을 끊었다.
5-1 승리를 이끈 그는 데뷔 첫 포스트시즌 승리 투수의 기쁨을 맛봤다.
SK는 4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메릴 켈리가 손 저림 현상으로 갑자기 마운드를 내려가며 비상이 걸렸다.
5회초 시작과 동시에 등판한 윤희상이 아웃 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안타와 볼넷으로 주자를 1, 2루에 깔아놓으며 위기는 현실화했다.
SK 불펜의 선택은 김택형이었다.
김규민 타석에서 등판한 김택형은 공 2개로 내야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로 이닝을 마치는 데 성공했다.
5회말 김강민의 역전 솔로포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김택형은 6회에도 안정감을 뽐냈다.
선두타자 제리 샌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잠시 흔들리는 듯했지만, 정규시즌 홈런 43개를 때린 강타자 박병호를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전날 김광현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때린 송성문은 결정구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김택형은 2사 1루에서는 유격수 실책으로 김하성을 내보내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MVP 임병욱을 이번에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 순간 김택형은 마운드에서 번쩍 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택형의 친정 팀은 넥센이다. 그는 2015년 2차 2라운드 지명을 받고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염경엽 SK 단장은 넥센 감독 시절 김택형을 두고 "미래의 양현종이 될 선수"라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2015년과 2016년 그를 중용했지만, 7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쳐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만 따라다녔다.
염 단장은 SK로 옮긴 지난해 넥센에 좌완 김성민을 넘겨주고 김택형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2017년 3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한 김택형은 재활을 마치고 올해 마운드에 복귀했다.
올해는 여전히 들쭉날쭉한 투구로 14경기에서 1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7.71에 그쳤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김택형은 잠재력을 과시하며 뒷문이 고민이던 SK 불펜에 구세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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