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에서 30대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와 그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나 통화 기록 등 '디지털 기록'을 통해 범행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여자친구와의 이별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은 나오지만 이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정확한 동기나 이유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29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용의자 신모(32)씨는 대인관계가 그다지 활발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 씨에게는 특별한 강력 범죄 경력이 없고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적도 확인되지 않는다.
최근까지 컴퓨터 회사에 다니는 등 평범하게 살았다.
신씨는 10년 전 부모의 이혼을 겪었다. 신씨는 이때 다니던 대학에 자퇴서를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30대인 신씨가 부모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한 경우는 살해된 조모씨가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씨가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았거나, 조 씨를 아주 각별하게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 씨와 조씨는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교제했다. 신씨의 부모님 집이나 경남 양산지역에서 함께 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월께 다툼이 잦아지면서 이별을 했다는 주변인 진술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 26일 신씨와 조씨 일가족의 시신에 대해 부검을 했다.
또 현장에 남아있는 흔적을 토대로 범행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감식을 위해 56개의 물품을 수거했고, 이 가운데 14개가 신씨 소유이고, 범행도구로 사용된 것은 4개"라고 밝혔다.
경찰은 신씨와 조씨의 휴대전화, PC 등에 남아있는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디지털 포렌식' 작업도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은 문자, 지인과의 통화, 검색 내용 등이 조사되면 범행동기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신씨의 PC에서는 신씨가 범행도구로 쓴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충격기의 사용 방법을 검색하고 조씨 집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검색한 흔적이 나온다.
신씨의 휴대전화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당분간 못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기록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디지털포렌식계에 가능한 조사를 서둘러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보통 1주에서 2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처벌을 받아야 할 당사자가 목숨을 끊으면서 재판에 넘김 수 없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시민들의 관심이 많은 사건이고 범행동기 파악은 다른 범죄를 막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파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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