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예산 절반 '싹뚝'…고흥군의회, 결국 군민에 사과

입력 2018-10-29 11:05  

추경 예산 절반 '싹뚝'…고흥군의회, 결국 군민에 사과
태풍 복구비도 가위질…'군수 길들이기·군정 발목잡기' 군민 반발

(고흥=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 고흥군의회가 추가경정 예산 심의에서 편성액의 절반 이상을 삭감한 데 대해 군민에게 사과했다.

고흥군의회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지만, 결과적으로 군민의 생활과 밀접한 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군의회는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집행부와 충분한 소통과 협치 속에 상호 독립과 존중을 바탕으로 지방의회의 본연의 견제와 균형에 최선을 다하고 더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군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흥군의회는 최근 제272회 임시회 추경 예산안 심의에서 편성액 404억원 가운데 222억원(55%)원을 삭감하고 182억원만 승인했다.
전남도와의 매칭 사업, 필수 경비 등을 뺀 자체사업 예산 대부분이 삭감됐다.
자체사업비로 편성된 240억원 가운데 18억원만 남기고 92.5%가 가위질 됐다.
봉계 입체교차로 설치, 국도 27호선 녹동휴게소 지하차도 신설, 고흥만 관광지구 진입체계 개선, 농어촌 도로 포장사업 등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모두 삭감됐다.
특히 지난 8월 태풍 '솔릭' 피해 복구사업비도 삭감되면서 고흥군과 군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민주평화당 소속인 송귀근 군수와 군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힘겨루기, 군수 길들이기, 군정 발목잡기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고흥군 의회는 12명 가운데 9명이 민주당, 2명은 평화당, 1명은 무소속이다.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도 모두 민주당이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심의에서 전체 편성액의 절반 이상을 깎는 것은 전국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워 군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김민열 고흥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예산 삭감으로 군민들에게 피해를 줘 사과의 글을 내게 됐다"며 "선거 때는 자기 당의 단체장이나 의원들을 옹호할 수 있지만, 의회에서는 당적이 개입할 요소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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