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가장 극단적 지도자' 왜…"극도의 부패와 경제난 탓"(종합)

입력 2018-10-29 15:38   수정 2018-10-29 17:54

브라질에 '가장 극단적 지도자' 왜…"극도의 부패와 경제난 탓"(종합)
유권자들 '변화' 선택…교과서 정치 거부·반란적 캠페인에 신선함 느껴
룰라 그늘서 못벗어난 좌파 노동자당에도 '심판'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 이동경 강건택 기자 = 브라질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극우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는 라틴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지도자(extremist leader)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남미 좌파 블록(핑크타이드)의 중심에 서 있던 브라질에서 이 같은 '극우 리더'가 출현한 것은 나라 전체에 만연한 극도의 부패와 경제침체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유력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브라질 전문가인 스콧 메인워링 교수의 말을 인용, 28일 이같이 전했다.
메인워링 교수는 보우소나루의 당선 결과를 두고 "정말로 급진적인 변화(radical shift)"라고 정의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민주 선거에서 당선된 지도자 가운데 이보다 더 극단적인 지도자는 생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승리가 확정된 후 리우 데 자네이루 해변에 있는 보우소나루 자택 주변에는 지지자들이 몰려 포르투갈어로 '신화적 인물'을 의미하는 '미투'(mito)를 연호했다.
브라질이 민주주의를 회복한 뒤 30년만에 포퓰리즘적 극우 정치인을 선출함으로써 최근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과 함께 극우파 정치인 대열에 합류했다고 NYT는 전했다.

보우소나루는 또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파라과이, 콜롬비아의 지도자와 함께 남미의 우파 지도자가 됐다.
여성 비하와 인종·동성애 차별 발언, 독재정권 옹호, 범죄자 강력 처벌 등 강성 발언을 내세운 보우소나루는 30년 가까이 하원의원을 지내면서도 기성 정치권을 부인하고 기초적인 민주주의 원리도 거부하는 아웃사이더 성향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그는 이른바 전 정권이 갖춰놓은 기성 정계의 '교과서 정치'에 항거하는 반란적인 캠페인을 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아들이 동성애자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둥, 여자는 남자와 같은 임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둥 공격적인 발언은 오히려 신선함과 정직함으로 받아들여졌고, 부조리한 현실을 혁파하려는 의지의 표식으로 여겨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파울루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학의 마티아스 스켑토르 교수는 보우소나루의 선거 캠페인 전략은 '영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국민이 굳건히 믿고 있는 종교, 가족, 군대 등 존재 가치에 편승하는 선거 전략을 펼쳤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가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수년에 걸친 심각한 경기침체와 어마어마한 부패 스캔들, 이로 인한 '좌파'의 붕괴였다고 외신들은 진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우소나루를 지지한 수천만 명의 유권자에게는 그가 바로 '변화'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나라를 이끈 좌파 노동자당에 경기침체와 부패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패와 돈세탁 등의 혐의로 지난 4월 투옥돼 12년형을 선고받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 노동자당은 지난 4차례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더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좌파의 노동자당은 2003년에서 2016년까지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호경기(a boom-and-bust) 속에서 브라질호를 이끌어갔지만, 결국 경제적 난국으로 종결됐고 룰라의 뒤를 이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받는 신세가 됐다.
AP 통신도 부패와 경제난, 폭력 범죄 급증에 분노한 브라질 유권자 사이에서는 '정치적 아웃사이더'를 자임한 보우소나루의 극단적 메시지가 오히려 더 구미에 맞았다고 전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보우소나루는 공직 사회에 만연한 뇌물수수를 뿌리 뽑고, 부패 수사를 확대할 것을 약속하며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행정부와 정당 사이의 밀실 거래를 종식하고, 정부 부처를 현 29개에서 15개로 줄이며, 다수의 퇴역 장성을 입각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최근 부패 스캔들의 한 축이었던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일부 조직을 포함한 다수의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브라질의 막대한 예산적자를 줄이기 위해 연금 개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년간 많은 기성 정당인들과 이른바 킹메이커들이 부정부패 의혹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동안, 보우소나루가 브라질을 돌아다니면서 젊은이들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스킨십을 한 것도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경쟁 후보들이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에 집중한 것과는 달리 그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왓츠앱 등을 통해 유권자들과 접촉하면서 지지기반을 넓혔다.
지난 9월 유세를 벌이던 중 괴한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해 정치적 야망이 파국을 맞을 뻔 했지만, 20%대 초반에 머물렀던 지지율은 그때부터 꾸준히 올랐다.
그에 맞서 노동자당은 투옥된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페르난두 아다지를 후보로 내세운 뒤 '아다지가 룰라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으나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선거 운동 내내 아다지는 룰라가 갇힌 감옥에 몇 번이나 찾아갔으나, 노동자당의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속죄가 없는 이러한 노동당의 행태에 많은 브라질 국민이 등을 돌렸다고 메인워링 교수는 분석했다.
노동당의 전략은 너무 룰라에만 집중되면서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고, 브라질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거나 선거 승리의 전략도 제대로 짜지 못했다고 메인워링 교수는 덧붙였다.
[로이터제공]
hope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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