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학회 세미나서 학계 "가짜뉴스 검증·국외지사 현장성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공영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독립성'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소유 구조와 운영 방식이 유사한 프랑스의 AFP통신을 비롯해 여러 국가 통신사가 독립성을 주요 보도 준칙으로 강조하는 것과 대비된다."
연합뉴스의 경영 감독 조직인 뉴스통신진흥회 후원으로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주최 '디지털 환경에서 공영통신사의 정체성과 방향성 및 미래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 발제문에서는 따끔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뉴스통신사가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던 도매상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포털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뉴스를 공급하는 소매상으로의 역할도 병행하게 된 상황에서 공영 뉴스통신사의 정체성을 탐색해보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발제자인 임종섭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전에 배포한 발제문에서 정부와 국회라는 비(非)언론 기관이 연합뉴스 대표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다른 나라 통신사들과 가장 다른 점이며, 연합뉴스의 보도 독립성이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린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연합뉴스가 공정성, 균형성, 국민 알 권리 충족, 정보 주권 보호, 정보격차 해소 등 5개 원칙을 보도 기준으로 내세우지만 독립성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며 "독립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구체적 방식을 제시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 AP통신, 프랑스 AFP통신 등처럼 가짜 정보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특히 AP통신은 13쪽 분량의 보도 준칙을 통해 익명 취재원, 오디오, 바이라인(byline), 기사 정정, 허위 조작, 그래픽, 이미지 등을 처리하는 지침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는 존제임스나이트재단 후원을 받아 공직자 연설문부터 온라인 뉴스까지 검증하고 가짜 정보를 걸러내는 전문 기자들을 고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연합뉴스'도 '팩트체크'라는 슬러그를 달아 기사들을 송고하고 있다"고 이를 위한 노력은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이 기사들은 AP통신과는 달리 기사문에 어떤 사실을 검증했는지를 밝히는 문구가 없는 일반 기사 형태다. 사실 검증에 어떤 절차와 노력을 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 연합뉴스가 인력 규모 확대와 수준 향상 없이는 국제적인 뉴스통신사로서 기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외지사를 운영할 때 현지인 출신에 언어 능통자의 기자들을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주제별 심화 콘텐츠와 지구적 관심사에 대한 고찰, 콘텐츠의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소셜미디어 활용, 학교와 지역사회 연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역시 연합뉴스의 제작 독립성과 공정성, 신뢰성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심 교수는 "연합뉴스는 정부로부터 전재료와 위탁사업비를 받으며 우리의 시각에서 해외에 뉴스를 제공하고 해외 뉴스를 국내에 제공하는 공적 업무도 수행한다"며 "그러나 공적책무 수행을 위한 역할이 중점이던 시절의 관행에 '길들어'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러한 비판의 근저에는 뉴스통신사가 수행해야 할 기본 역할이 정확성을 담보로 한 신속 보도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긴급한 국정원 첩보가 들어오더라도 진위를 판단할 전문능력이 현장 기자에게 있어야 한다. 전문능력이 제작독립성과 편집권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 중인 유일의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국내 최대 규모인 580여 명의 기자가 국내외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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