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원조로 새 역사 쓸 것" vs "렌털시장 대기업 뛰어들어 경쟁 심화"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윤석금(74) 웅진그룹 회장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쓰러진 그룹을 되살리기 위해 29일 정수기 렌털의 원조 코웨이[021240]를 다시 사들이는 승부수를 띄웠다.
세일즈맨의 신화인 윤 회장이 코웨이 재인수를 발판으로 다시 한 번 옛 영광을 되살리고 국내 렌털 시장에서 또 다른 신화를 쓸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윤석금 회장, 자수성가 CEO 신화
윤 회장은 세일즈맨 출신의 자수성가 최고경영자(CEO)로 한때 웅진그룹을 재계 30위권에 올려놓을 정도의 성공 가도를 달린 인물이다.
렌털사업은 윤 회장이 1989년 처음 시작해 시장을 개척한 분야로 애착이 남다르다.
윤 회장은 브리태니커 입사 1년 만에 54개국 영업사원 중 세계 최고의 판매왕에 올랐다. 책 외판원으로는 입지전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직접 사업에 뛰어든 윤 회장은 1980년 '웅진씽크빅'의 전신인 '헤임인터내셔널'을 설립해 과외 강사들의 수업 내용을 녹음한 '헤임고교학습'이 인기를 끌면서 사업가로서 성공의 발판을 다졌다.
1987년 12월 '웅진식품'과 이듬해 11월 '코리아나화장품'을, 1989년 '웅진코웨이'의 전신인 '한국코웨이'를 잇따라 설립해 그룹을 일궜다.
윤 회장은 고속 성장을 해온 다른 경영자들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 번의 시련기'를 겪었다.
IMF 외환위기로 소비시장이 위축돼 정수기 판매가 줄자, 윤 회장은 직접 웅진코웨이 대표이사로 경영하면서 새로운 판매 방식인 렌털 서비스와 방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웅진그룹은 새한(현 도레이케미칼) 등 회사를 인수해 2011년 32개 계열사를 두고 연 매출 6조원을 올리며 국내 30위권에 든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윤 회장은 그러나 무리하게 극동건설을 인수했다가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파도를 넘지 못했다.
2012년 지주회사 웅진홀딩스(현 웅진)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주력 계열사인 코웨이를 이듬해 1월 매각한 것을 비롯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을 잇달아 내다팔았다.
윤 회장은 사재 1천800여억원을 서울저축은행 등에 출연해 위기 극복에 노력했으나 배임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웅진은 1년 4개월 만에 기업회생 절차를 마치고 작년 6월 법정관리 채무의 98%를 변제했다.
◇ '노병은 죽지 않았다'…70대 윤 회장, 재기 성공할까
윤 회장은 올해 초부터 코웨이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초 코웨이를 MBK에 매각할 때 붙은 5년간 경업금지가 풀리자 렌털 원조 이미지를 부각하며 2월 말 자체적으로 생활가전 렌털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와 동시에 코웨이 재인수 추진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가전 렌털업계에선 이번 윤 회장의 재도전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긴장하고 있다.
코웨이는 2만여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원조 렌털사업 기업으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학습지 웅진씽크빅과 코웨이 합산 방문판매 고객이 3만3천명에 달해 빠른 속도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윤 회장의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시장 신뢰를 잃은 탓도 있지만, 그룹이 빠른 속도로 확장하다가 다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렌털시장에는 과거와 달리 중견 기업 외에도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해 성장의 한계가 있다. 특히 웅진그룹은 자금력이 넉넉하지 않아 확장 전략을 추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재인수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전 코웨이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다.
윤 회장이 회의적인 시각을 헤치고 또 한번의 놀라운 신화를 쓸 수 있을까. 국내 렌털시장을 개척한 최고의 전문가이고 맨손으로 큰 그룹을 일궈본 윤 회장이기에 그의 새로운 도전에 이목이 집중된다.
indi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