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구조·응급처치로 아이 의식회복…소방관, 2도 화상에도 '아이 걱정'
(홍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119소방대원이 헬멧이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운 불길 속에서 3세 아이를 구조했다.
연기를 마셔 의식을 잃었던 아이는 대원들의 빠른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 덕에 의식을 회복했다.
구조 과정에서 소방대원이 뺨에 2도 화상을 입기도 했으나 대원들은 "아이가 건강하게 퇴원하길 바란다"며 아이를 먼저 걱정했다.
29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18분께 홍천군 홍천읍 한 빌라 4층에서 불이 났다.
홍천소방서 진압대원과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거실과 베란다에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열기로 인해 내부 진입이 어려운 '최성기' 상태였다.
대원들은 집에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인명구조 2개조 4명, 화재진압 1개조 2명으로 나눠 진압 팀의 엄호 속에 아이 구조에 나섰다.
열기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김인수 소방위와 김덕성 소방교가 이불 위에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발견, 보조 마스크로 산소를 제공하며 안고 나왔다.
구조 당시 아이는 호흡은 하고 있었으나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병원 이송 중 경련과 구토 증상을 보였다.
여소연 구급대원은 의식확보를 위해 산소투여, 심전도 검사, 기도 내 흡인을 하며 쇼크에 대비해 자동제세동기(AED) 패치 준비 등 응급처치를 해 병원 도착 전 아이의 의식을 확보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여 대원은 "구급차 안에서 아이의 의식이 돌아와 다행"이라며 "아이가 건강하게 퇴원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 구조 과정에서 화재진압과 구조대원 엄호를 맡았던 박동천 소방장은 안전 장구를 착용했음에도 왼쪽 뺨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착용했던 헬멧은 화염에 녹아내려 새카매졌고, 반듯한 면은 사라지고 울퉁불퉁하게 변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다음에 있을 출동준비를 위해 검게 그을린 장비를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박 소방장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무엇보다 아이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며 "화상을 입긴 했지만 걱정할 만큼 심하지 않고, 치료를 받고 왔으니 괜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중 홍천소방서장은 "박 소방장이 얼굴에 붕대를 하고 있길래 깜짝 놀라 물었더니 '현장에서 조금 다쳤어요'라며 씩 웃더라"며 "직원들도 무사하고, 아이도 의식을 회복해서 너무 고맙다"고 안도했다.
화재 발생 이튿날인 이날 오전 아이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은 대원들은 곧장 아이가 있는 병원을 찾았다.
대원들은 치료를 받은 뒤 잠이 든 아이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하는 무거운 마음을 내려놨다.
이날 화재는 집 110여㎡를 모두 태워 4천200만원 상당 재산피해를 내고 30여 분 만에 진화됐으며, 소방과 경찰은 정밀감식으로 화재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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