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와 6년 계약 종료…FA로 잔류 또는 이적 협상 시작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코리안 메이저리거로는 김병현(39)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WS) 우승 반지에 도전했던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다저스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1-5로 패해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보스턴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마운드에 올린 다저스가 5차전을 이겼다면 류현진은 31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리는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6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커쇼가 홈런 3방을 얻어맞고 무너진 바람에 류현진은 더는 월드시리즈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하고 2018시즌을 마감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우승 등 두 차례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마지막 세 번째 축배의 영광은 오지 않았다.
지난 2013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선수라는 한국 야구의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류현진은 다저스와 6년간 3천6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이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끝난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류현진은 다저스 잔류 또는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놓고 스토브리그에서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차릴 참이다.
◇ 정규리그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호투 = 류현진은 2014년 시즌 후 왼쪽 어깨와 왼쪽 팔꿈치를 잇달아 수술하고 재활을 거쳐 지난해 3년 만에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러나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에 머물러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최종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선수 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운 어깨 수술 후 빅리그에 복귀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복귀 2년째인 올해엔 훨씬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속구의 구속은 전성기인 2013∼2014시즌에 버금갈 만큼 올라왔고, 컷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팔색조 변화구의 위력은 배가됐다.
정교한 컨트롤이 살아나면서 류현진은 4월에만 5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2를 올려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5월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투구 중 왼쪽 사타구니 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 류현진은 빅리그 데뷔 이래 7번째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전반기를 재활 훈련으로 끝낸 류현진은 8월 1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한 105일 만의 복귀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괴물'의 컴백을 알렸다.
이후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던 류현진의 진가는 시즌 막판 결정적인 세 경기에서 빛났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놓고 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와 치열하게 맞붙던 9월 막판, 류현진은 콜로라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3경기 연속 선발 승리를 따내 '빅 게임 투수'의 명성을 높이고 팀의 지구 우승에 힘을 보탰다.
당시 3경기에서 류현진은 19이닝 동안 1자책점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류현진은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1점대 평균자책점은 빅리그 진출 후 처음이었다.
또 개인 통산 40승(28패)과 통산 탈삼진 500개도 올해 달성했다.
◇ 포스트시즌서 5년 만에 승리투수…NLCS·WS에선 부진 = 류현진은 커쇼를 제치고 포스트시즌 첫 관문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1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7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팀의 6-0 승리로 류현진은 2013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3차전 이래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2승째를 수확했다.
그러나 밀워키 브루어스와 격돌한 NLCS와 월드시리즈에선 예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밀워키 밀러파크, 보스턴 펜웨이파크 등 오랜만에 서거나 처음으로 오른 마운드와 구장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아서다.
커쇼와 원 투 펀치를 형성한 류현진은 NLCS 2, 6차전 모두 밀러파크에서 선발 등판했다. 2차전에선 4⅓이닝 동안 2실점 하고 승패 없이 물러났고, 6차전에선 밀워키 타선의 노림수에 당해 3이닝 동안 5실점 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다저스의 NLCS 승리로 류현진은 빅리그 진출 6년 만에 드디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한국인 투수로는 김병현(2001년), 박찬호(2009년)에 이어 세 번째였고, 구원 투수이던 두 선배와 달리 최초로 선발 등판 기회도 잡았다.
하지만 25일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4⅔이닝 동안 4실점 해 또 패배를 안았다.
2-1로 앞선 5회 류현진은 승리투수 자격 요건에 필요한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구원 등판한 라이언 매드슨이 류현진의 승계 주자 3명을 모두 홈으로 보내면서 류현진의 자책점이 4점으로 늘었다.
타선 침묵, 불펜 난조,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 실패 등 여러 악재가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를 덮친 가운데 류현진은 6차전에서 설욕을 꿈꿨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 잔류? 이적? 류현진의 선택은 = 류현진은 이미 터를 잡은 로스앤젤레스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뜻을 한국 언론을 통해 밝혔다. 다저스가 어떤 제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류현진의 선택이 달라진다.
미국 언론은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후 FA 자격을 얻는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퀄리파잉 오퍼는 구단이 FA 자격을 얻은 소속 선수에게 빅리그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을 제시해 1년간 팀에 묶어놓는 제도다. 2019시즌 퀄리파잉 오퍼 금액은 1천790만 달러(약 204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류현진의 부상과 수술 전력 탓에 FA 시장에서 그의 몸값이 최대 1천만 달러에 머물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이러면 다저스가 굳이 거액의 퀄리파잉 오퍼를 류현진에게 제시할 이유가 없다.
미국 언론의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류현진의 적정가는 스토브리그의 막이 올라야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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