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위해 내달 9일 이운 의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화엄종 고승이자 고려를 건국한 왕건 스승으로 알려진 희랑대사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조각상이 약 1천100년 만에 처음으로 해인사 문을 나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2월 4일 개막하는 고려 건국 1천100주년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에 선보일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과 대장경판 이운(移運)을 부처에게 알리는 고불식(告佛式)을 내달 9일 오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연다고 29일 밝혔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유일한 목조 승려 초상 조각이다. 930년 무렵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10세기 중엽 조각 작품 중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불상은 앞쪽은 건칠(乾漆·여러 겹 삼베를 바르고 옻칠하는 방식) 기법으로 만들었고, 뒤쪽은 나무로 제작했다. 얼굴이 길고 이마에 주름살이 있으며, 우뚝 선 콧날과 잔잔한 미소가 특징이다.
고불식에서는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이 고불문을 낭독한 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경판을 전달하고, 법보전에서 일주문까지 행진한다.
이어 대장경과 희랑대사좌상을 무진동 차량에 싣고 경기도 연천 숭의전지(사적 제223호)로 이동한다. 숭의전(崇義殿)은 고려 태조, 현종, 문종, 원종과 충신 16명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박물관은 고불식 다음날인 11월 10일 오전 숭의전지에서 왕건 초상화와 희랑대사좌상을 두고 사제의 만남을 축하하고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오후에는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정문부터 열린마당까지 취타대와 전통 의장대 안내를 받으며 대장경판과 희랑대사좌상을 옮기는 영접 의식을 개최한다.
신달자 시인의 헌시 낭독과 특별 공연이 마련되고, 박물관 앞 거울못에서는 소원등 띄우기 행사도 열린다.
대고려전에는 청자와 불화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고려 문화재 약 390점이 전시된다.
정부는 북한에 있는 왕건상과 개성 만월대 출토 금속활자를 대여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왕건상이 2006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을 찾으면 처음으로 희랑대사좌상과 사제 만남이 성사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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