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시 "관광 공해 막자"…'관광객 유입 억제책' 눈길

입력 2018-10-29 15:00  

암스테르담시 "관광 공해 막자"…'관광객 유입 억제책' 눈길
취객 소란·쓰레기 투기 등으로 시민 불만 고조
관광객 유치활동 중단·호텔신축·관광객용 점포신설 금지에도 효과 미미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 각국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유럽의 일부 도시들은 관광객 증가로 인한 '공해'로 골치를 앓다 못해 당국이 관광객 유입을 막기 위한 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이 바로 그런 도시다. 암스테르담 시 당국은 관광객의 암스테르담 집중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의 관광객 유치활동을 중단하는 한편 시 중심부의 호텔신축을 금지했다. 또 일부 지역의 자전거 대여점포와 관광지 입장권 판매점 등 관광객용 점포 신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올해 4월부터는 '홍등가'로 유명한 합법 매춘지구에 5인 이상 단체의 관광가이드를 허가제로 바꾸고 매춘지구 주변에서 입장자를 체크해 입장객 증가로 혼잡이 심해질 경우 입장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5월에는 독신 생활의 마지막 파티를 즐기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건너와 소란스럽게 파티를 벌이는 18~34세 영국인과 국내 젊은이를 대상으로 예약 사이트 등에 주위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했을 때의 벌칙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띄우도록 하는 조치도 시행했다.
관광객을 분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시작했다. 암스테르담시 홍보기구인 '암스테르담 마케팅'은 시 교외의 추천 관광지를 소개하면서 시 중심부로 몰려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교외관광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불구, 이렇다 할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암스테르담을 찾은 관광객은 826만명으로 전년 보다 100만명 이상 늘었다. 올해는 9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7월에 발표된 관광 통계에 따르면 작년 네덜란드 전체 관광객 중 암스테르담을 방문한 사람은 37.8%로 '억제'대책을 시작한 2014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한밤에 이렇게까지 시끄러울 줄은 몰랐다." 2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1년 전 암스테르담 교외에서 시 중심부로 이사한 미술사 연구가 힐체 원더스(59)는 관광객 등쌀에 시달리고 있다. 술에 취해 아침부터 거리에서 소리 지르는 외국인이 있는가 하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많다. 관광시즌인 봄, 여름에는 민가 파괴행위도 한층 심해져 한밤에도 잠을 잘 수 없는 날이 많다. 그는 "오는 사람은 환영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환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관광업자들도 골치를 앓고 있다. 70년된 유람선 운영회사의 홍보담당인 셀지오 세퍼스는 "운하를 돌면서 대마를 피우는 '스모크 투어'나 술을 마음껏 마시게 하는 배도 등장했다"면서 유람선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단속을 바라지만 시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관광객이 증가하기 시작한 건 10여년 전부터다. 시 당국과 관광업계가 제휴해 2004년 시작한 'I amsterdam'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면서 운하지구가 201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공항확충도 순풍으로 작용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중산층 증가 등에 힘입어 2008년 452만명이던 관광객은 2016년 암스테르담시 인구의 8배가 넘는 700만명을 넘어섰다.
암스테르담의 면적은 637㎢로 서울(605㎢)과 비슷하다. 고흐미술관과 안네 프랑크의 집 등 관광명소가 몰려있는 시 중심부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암스테르담 마케팅' 측은 "관광시장이 이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관광컨설턴트인 스테판 호디스(70)씨는 정부와 관광업계를 망라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내에 특별구역을 지정해 민박제한 지역을 만들고 공항을 더 확충할 것 등을 정부에 제의했다. 시 당국도 다수의 관광객을 태우고 오는 크루즈선 정박장소를 시 중심부에서 교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광객 억제시책에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시 당국에 따르면 중심부의 관광객용 점포 신설을 금지한 규제가 특정 점포 개설제한을 금지한 유럽연합(EU)의 제도에 어긋난다며 관광업자로부터 제소를 당했다. EU법원은 "규제가 적법하다는 것을 입증할 상당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힐테 우드 암스테르담 마케팅전략부 차장은 "수익을 우선하느라 관광객 증가의 문제점에는 눈을 감는 관광업자도 있다"고 지적하고 "관광의 경제효과를 얻으면서 주민생활도 지킬 필요가 있지만 아직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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