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25 체육단이 개막전서 강원도 선발팀에 승리
(춘천=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승패를 떠나 그라운드에서 함께 땀 흘리는 남과 북의 어린 축구 선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해빙기에 접어든 남북 관계 속에 남북 축구 꿈나무들이 2개월여 만에 강원도 춘천에서 다시 만났다.
무대는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였다.
29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송암레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는 한국을 대표해서 나선 강원도 선발팀과 북한 4·25 체육단의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A조 개막전이 펼쳐졌고, 남북 축구 꿈나무들의 대결을 보려고 1만5천여명의 팬들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아리스포츠컵은 지난 2014년 시작됐다. 남북 유소년 축구팀뿐만 아니라 해외팀들도 참가하는 국제유소년 대회로 제1회 대회 때 4개국 6개팀 참가에서 올해 6개국 8개팀 참가로 외형적으로도 성장했다.
특히 북한 유소년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4년 11월 경기도 연천에서 열렸던 제1회 대회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올해에는 한국 2팀, 북한 2팀, 아시아 4팀(중국·베트남·우즈베키스탄·이란) 등 6개국에서 총 8개팀이 출전해 A, B조로 3개팀씩 나뉘어 경기를 펼친다.
28일부터 예선전이 시작한 가운데 이날은 한국은 강원도 선발팀과 하나은행 중등선발팀이 나섰고, 북한은 4·25 체육단과 여명축구단이 출전했다.
초겨울을 재촉하는 듯 뚝 떨어진 기온에도 경기장에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강원도 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 팬들까지 경기장을 찾아 응원전을 펼쳤다.
관중들은 손에 한반도기를 들고 남과 북에 상관없이 선수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격려했다.
경기장을 찾은 초등학생들은 축구장에서 익숙한 "대~한민국"을 외치는 깜찍한 모습도 연출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결과는 4·25 체육단의 3-1 승리로 끝났지만 양 팀 선수들은 승패에 상관없이 서로 악수와 포옹을 나누면서 결승전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한 축구팬은 "남과 북을 떠나서 그라운드에서 함께 땀 흘리는 어린 축구 선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hor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