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장관 2명 잇따라 UAE 방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유도대회에서 이스라엘 국가가 연주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유도대회에 이스라엘 대표로 참가한 사기 무키가 남자 81㎏ 급에서 금메달을 땄고, 그의 시상식에서 이스라엘 국기가 게양된 가운데 국가(하티크바)가 연주됐다.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하는 체육 행사지만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아랍권에서 이스라엘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슬람권인 UAE에서 하티크바가 연주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UAE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당연히 국교도 수립하지 않았다.
지난해 아부다비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서는 이스라엘 국기조차 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대표는 국제유도연맹(IJF)의 표식을 달고 출전해야 했다.
이에 IJF는 UAE에 국제대회 유치 자격을 박탈했으나 지난 8월 UAE가 이스라엘 국기를 게양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제재가 풀렸다.
올해 대회엔 미리 레게브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도 IJF에 초청받아 대표선수단 단장 자격으로 아부다비를 찾았다. 이스라엘 장관급이 이슬람권을 방문한 것도 상당히 드문 일이다.
그는 시상식에서 하티크바가 연주되는 동안 시상대 옆에서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고, 페이스북에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이스라엘 국민은 살아있다"는 글도 게시했다.
레게브 장관은 아부다비의 종교적 명소인 셰이크 자예드 대사원도 방문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셰이크 자예드 대사원을 방문한 사진과 함께 "대사원의 방문록에 이스라엘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하다.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을 느낀 인상깊은 아부다비 방문을 감동 속에 마쳤다"는 글을 올렸다.
이스라엘의 아유브 카라 정보통신부 장관도 29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 참석했다.
팔레스타인 분쟁과 과거 이스라엘과 4차례 벌인 전쟁 탓에 이슬람권이 이스라엘과 교류하는 행위는 금기로 여긴다. 현재 이집트와 요르단만 이스라엘과 국교가 수립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아랍 이슬람권이 이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고리로 이스라엘과 접근하는 정황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이스라엘 에너지 기업 델렉 그룹은 이집트에 150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3월엔 이스라엘로 직항하는 인도의 여객기가 사우디 영공을 지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26일 이스라엘 총리로는 22년 만에 오만을 찾아 술탄 카부스 빈사이드 군주를 만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주 의회 연설에서 "이란의 핵 위협에 대적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아랍 국가들과 거리가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여전히 이스라엘에 극히 적대적이다.
이란 정부는 네타냐후 총리의 오만 방문에 대해 "정당화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부다비에서 열린 이번 유도대회에서도 이스라엘 대표 무키와 준결승전에서 만난 이란 선수가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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