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망에 비판 글…"검사 업무 협조에만 몰두, 국민 자유 지키는 데 소홀"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번번이 기각되는 상황을 두고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현직 법원장이 영장 발부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인석(61·사법연수원 16기) 울산지방법원장은 29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법원은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장삼이사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썼다.
최 법원장은 "압수수색 영장청구는 20년 동안 10배 이상 늘었다. 정보통신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압수수색 영장청구는 가히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을 무소불위의 빅 브라더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우리 법원"이라며 "검사의 업무에 협조하는 데만 몰두했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라고도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거기(검찰)에 불려 다니는 형편이고, 우리 사무실, 주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청구되자 영장은 통계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기각되고 있다"면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이제야 제대로 깨달은 것 아닐까요"라고 적었다.
또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인색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당신의 주거와 PC, 스마트폰, 그리고 계좌도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십시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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