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기지 개조로 대체…암로 "국민 명령에 복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 차기 정부가 130억 달러(약 14조6천억 원)가 투입될 수도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취임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 당선인이 29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에 건설 중인 신공항 사업 중단 방침을 정했다고 텔레비사 방송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은 국민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라면서 "결정은 이성적이며 민주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사비는 대신 현존하는 시설 개선에 사용될 것"이라며 "정부는 현재의 공항을 유지하고 수도 북부에 있는 공군기지를 개조하기 위해 2개의 활주로를 추가로 건설, 50억 달러를 절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공사를 수주한) 기업과 금융 사업자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초 공사가 이미 진행된 신공항 건설 대지를 어떻게 처리할지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부터 나흘간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수도 신공항 건설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게 나온 뒤 단행됐다.
투표 결과를 보면 참여자 107만 명 중 70%가량이 건설 강행에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멕시코 전체 유권자 90명 중 1명 정도만이 자발적인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는 정부 기관 대신 지난 7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차기 여당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의 지원 아래 비영리 아르투르 로센블루에트 재단이 투표와 집계를 주관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정권은 현 멕시코시티 공항을 유지하면서 멕시코시티 인근에 있는 공군기지에 활주로 2곳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공항 포화 현상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기술 보고서 등을 토대로 신공항 건설에 착수했다.
신공항 공사는 멕시코시티 북동부 외곽에 있는 텍스코코에서 진행 중이다. 전체 공사의 약 3분의 1가량이 완료된 상태다.
암로는 대선 캠페인을 펼치면서 수주와 관련한 부패로 신공항 건설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등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며 오는 12월 취임 후 재검토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암로는 당선 후 새로 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수도 인근에 있는 산타 루시아 공군기지를 신공항으로 활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기로 했다.
신공항 건설 중단 결정 발표 이후 페소화 가치는 오전 한때 2%가량 하락한 달러당 19.77에 거래됐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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