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 이동경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해결을 협의하러 터키에 온 사우디 검찰총장을 터키 검찰측이 냉대했다.
셰이크 사우디 알모젭 사우디 검찰총장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로 날아와 이르판 피단 이스탄불주(州) 검사장에게 사건 관련 조사 기록과 영상 또는 오디오 녹화분 등을 포함한 증거물 공유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현지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건을 사우디 왕실이 개입한 음모로 규정하고 책임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터키 당국과,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 사우디 측이 신뢰가 결여된 가운데 양측 검찰 당국자의 만남은 '75분'간의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카슈끄지는 지난 2일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사우디 정부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터키 측은 카슈끄지에 대한 고문과 살해, 15명의 사우디 요원들이 무함마드 왕세자 집무실에 전화를 건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면서 카슈끄지 시신의 소재와 시신 처리를 도운 현지 조력자의 신원, 사건 당일 총영사관을 찾아온 15명의 사우디 정부·군 관리에 대한 현재까지의 조사 내용 등을 알려달라고 사우디측에 요구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코너에 몰아붙이기 위해 증거를 꽉 붙들고 있을 것으로 서방 국가들은 보고 있다고 가디언은 해석했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가 우발적인 사고로 숨졌다고 발표했다가 국제 사회의 거센 의혹의 눈초리 속에서 의도된 살인이었다고 말을 바꿨으나, 독자적인 그룹의 행동이었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한편, 영국 런던에서 열린 카슈끄지 추모 행사에서 카슈끄지의 약혼녀인 하티제 젠기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로 하여금 사건을 은폐할 길을 터줬다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는 이번 사건을 두고 '최악의 은폐'라고 했으나, 젠기즈의 언급은 오히려 트럼프가 은폐를 도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젠기즈는 트럼프가 자신을 백악관으로 초대했지만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거절했다고 터키 방송 하베르튀르크와 인터뷰에서 지난 26일 말했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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