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유통업 노하우로 '레 네레이드' 프랜차이즈 중남미 판매 독점
고졸 출신으로 발로 뛰어 5개 회사 일궈…"정직하면 통해요"
(창원=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프랑스의 유명 주얼리 브랜드 '레 네레이드'(인어 요정)의 중남미 독점 판매권을 획득한 이는 놀랍게도 프랑스인이 아니라 파라과이의 한인 박찬영(51) 씨다.
지난 2016년 11월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중심가에 '레 네레이드' 매장을 오픈한 이후 1년 만에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20개 국가에 프랜차이즈를 냈고, 현재 시장을 넓혀 아시아와 유럽, 중앙아시아 등 38개국에서도 라이선스를 얻었다.
28년 전 파라과이에 진출한 박 씨는 'CW인터내셔널', '코렉스', 'ABC 전자', '바이어 트랩' 등 4개의 유통회사를 경영하다 '레 네레이드'라는 글로벌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8년 전 자리를 잡아 성장을 거듭하는 전자제품 도소매업에 안주하지 않고, 제2의 창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여러 기업의 문을 두들기며 성공한 사람들을 만났"며 "그때 단순한 유통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 사업을 펼쳐야겠다는 비전을 품고 '레 네레이드' 판매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주최 제23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파라과이 부회장 자격으로 참가했다.
박 대표는 "프랑스의 여러 브랜드 중 '레 네레이드'를 택해 수년 간 끈질기게 문을 두드린 끝에 결국 중남미 전체에 대한 판권과 세계시장 유통망 사용권도 획득했다"고 소개했다.
"우리 회사의 모토는 현재 있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열정을 다해 끊임없이 달려가 결국에는 모두가 행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일들을 함께하며, 함께 가는 사람들과 윈윈하고 백년대계를 위한 꾸준한 발걸음을 밟아 나가는 것입니다. 특히 세계 각국의 여러 한인과 함께 성장하길 원합니다."
그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살고 싶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구 반대편 파라과이에 오기까지 눈물겹게 힘든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10살 때부터 독립해 중, 고등학교까지 어렵게 생활하며 공부를 마친 그는 대학입시에 합격했지만 학비를 마련할 수 없어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에는 국내에서 자신의 스펙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비자가 필요 없는 파라과이로 날아갔다.
"처음에는 옷을 가득 넣은 배낭을 등에 메고 지방 도시들을 돌며 옷을 팔았고, 이익이 생기면 카메라를 샀고, 다시 그것을 팔았어요. 열심히 발품을 팔았죠. 주문이 많아지면서 자본과 물량이 필요하게 됐고, 더 큰 시장에 달려가 여러 업체의 문을 두들겼습니다."
끈질긴 시도 끝에 그는 운 좋게도 삼성 수입상 부사장을 만났고, 대규모 유통업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삼성 카메라에 집중해 전에 없던 판매실적을 올렸고, 이를 계기로 연결된 수입상들과 일하며 많은 실적을 올리면서 그들로부터 무제한 크레딧을 받게 됐다.
삼성 카메라에 이어 아이폰 역시 가격 경쟁을 위해 직접 미국 유통사로 찾아갔고, 어렵게 만난 판매 담당과의 긴 협상 끝에 좋은 가격을 선점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가 설립한 'CW인터내셔널', '코렉스', 'ABC 전자'는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요구에 대처해 12개 전자 도소매 매장을 6개 매장으로 통합해 유통시스템을 단순화시켰고, 힘들고 어려울 때 회사를 위해 생사고락을 함께한 직원들에게 분야별로 책임을 맡기는 소 사장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박 대표가 10년 전부터 유통하는 모기 퇴치기 '바이어 트랩'은 중남미에서 인기상품 중 하나다. OEM 방식으로 중국에서 만들어 한국을 통해 중남미 국가에 보급한다. 파라과이와 페루 등 현지 방송에 2년째 CF 광고가 나가고 있을 정도다.
"지금 파라과이는 IMF 체제입니다. 그래서 매장에 손님이 떨어지긴 했어도 하루평균 2천∼3천명은 찾아오죠. '레 네레이드' 매장에도 고객의 발길이 꾸준하고요. 연간 매출은 밝히지 않겠지만 웬만한 중소기업과는 견줄 수 있겠죠."
박 대표는 중남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업 초기에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려고 수단을 부리고도 싶겠지만 정직하게 세금을 내지 않으면 회사가 성장할 수도 없고, 성장해서도 금방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남미 시장은 개척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법이 있는 것 같은데 없고, 없는 것 같은데 있고 그래요. 또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달라져요. 하지만 정직하면 다 통해요."
박 대표는 파라과이 보육원 4곳에 8년째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학생들에게 매년 2천500달러씩 전달한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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