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데…' 수년간 묶인 전국 택시요금 인상 '들썩'

입력 2018-10-30 17:43   수정 2018-10-30 20:08

'가뜩이나 힘든데…' 수년간 묶인 전국 택시요금 인상 '들썩'
부산·세종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 내달∼내년 초 인상 추진
"물가·인건비 상승으로 불가피" vs "불·탈법, 서비스 개선부터"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수년째 동결된 택시요금이 들썩거리고 있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택시업계의 강력한 요금 인상 요구에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내년 초부터 인상하거나 인상하는 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면 지역마다 택시운행을 둘러싼 서비스 개선 요구와 탈·불법 운행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상황에서 택시요금 인상은 물가인상 부담과 함께 자칫 택시업계 배만 불릴 우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시민과 단체들은 공공요금인 택시요금 산정 근거를 공개하고 각 지역 택시업계 경영실태 파악, 택시기사 근무여건 개선 등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 지자체별 요금 인상 제각각…내달∼내년 초 시행
서울시는 최근 열린 '택시요금 정책 및 서비스 개선 공청회'에서 기본요금을 3천400원, 3천800원, 4천700원으로 올리는 3가지 방안을 냈으며 이 중 3천8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3천400원으로 올리면 인상률이 5.3%로 택시기사 처우개선이 어렵고 4천700원은 인상률이 30%를 넘어 시민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기본요금 3천800원 인상과 함께 거리요금은 100원당 132m로, 시간 요금은 100원당 31초로 올리는 방안이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은 2013년 10월 2천400원에서 3천원으로 인상된 후 6년 만이다. 시는 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심의위원회·택시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기본요금을 2천800원에서 3천300원으로 500원 올리고 거리요금은 134m에 100원, 시간요금은 32초당 100원으로 14.1% 인상한다. 대구시도 5년 10개월 만의 인상이다.
대형·모범택시 기본요금은 500원 오른 4천500원으로 거리와 시간 요금은 114m에 200원(36m 축소)과 27초당 200원(9초 축소)으로 조정된다.
울산시는 최근 대중교통개선위원회를 열어 내년 초부터 기본요금을 기존 2천800원에서 3천300원으로 올리는 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거리와 시간 요금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해 실제 인상률을 13.44%다.



◇ 대부분 5∼6년 동결 '인상 불가피'…"물가·인건비 상승 반영"
광주시는 지난 9월 택시조합으로부터 요금조정 건의서를 접수하고 업계 경영개선을 위해 올해 말 요금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택시조합은 중형택시 기준 기본요금을 2천800원에서 3천600원으로, 모범·대형택시를 3천200원에서 4천500원으로 올려달라고 건의했고 이에 시는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천300원∼3천500원, 모범·대형택시는 3천900원∼4천3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상안 타당성 검증용역이 끝나는 대로 오는 12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택시요금 인상 관련 외부용역 결과, 택시요금을 18.97%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나왔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대전 택시요금은 지난 6년간 동결됐다"며 "물가인상, 인건비·유가 상승 등을 반영해 요금을 인상키로 했다"며 "업계는 연내인상을 요구하지만, 경제여건을 고려해 인상 시기는 최대한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5년째 묶여있는 인천지역 택시요금도 내년 초부터 기본요금이 현재 3천원에서 최대 4천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특별·광역시에 이어 경기·강원·전북·충남·충북·경남, 제주 등 지자체도 요금 검증용역 등을 거쳐 요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들 지자체는 다른 시도 사례 등을 살펴 인상 시기와 인상 폭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지난해 9월 택시요금을 올린 부산시와 세종시 등은 당장 인상 계획이 없다.


◇ 시민·단체 "서비스·근로조건 개선부터 "
지자체들의 택시요금 인상에 대해 시민과 각 시민단체들은 "요금 인상과 더불어 택시 서비스 및 택시기사 근로여건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경실련은 "대구택시운송사업조합이 행정기관에 낸 요금 인상 근거와 이에 대한 검증과 재검증 용역보고서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시와 택시업계가 택시요금 인상 때마다 택시업계 경영개선, 택시기사 근로조건과 서비스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진 것은 거의 없다"며 "근로조건, 서비스 수준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택시업계와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은 더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행정기관이 도급제 등 택시업계의 불·탈법운행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시민 유모(48)씨는 "택시 서비스가 과거보다 나아진 점도 있지만 카드 결제나 영수증 발급을 거절하는 등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요금인상이 택시업계 배만 불리지 않도록 택시기사 근로조건과 서비스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보연 우영식 강종구 장영은 박주영 심규석 이정훈 차근호 전지혜 정경재 박초롱 홍창진 기자)

realis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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