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의 '성공적인 좌초'…최후보루인 잔여임기 채울까

입력 2018-10-31 08:38   수정 2018-10-31 15:23

메르켈의 '성공적인 좌초'…최후보루인 잔여임기 채울까
독일 언론, '정치적 승부수'에 대체로 우호적 평가
전문가 "메르켈에 다른 해결책 없어…정국 예측 어려워"
사회민주당의 대연정 잔류·기민당 내 메르켈 후계구도 등 변수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성공적인 좌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2021년 정계은퇴 선언을 다룬 일간 자이트의 기사 제목이다.
독일 언론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메르켈 총리의 차기 총리 및 기독민주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을 '정치적 승부수'라며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메르켈 총리가 난민정책 등을 둘러싼 대연정 난맥상과 헤센 주 지방선거 부진 등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수세에 몰린 형국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통해 '위엄있는 퇴장'을 연출한 데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잔여임기 동안의 레임덕 현상을 늦출 가능성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대부분의 역대 총리들이 선거 패배와 스캔들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것과는 달리 '아름다운 퇴장'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독일 언론과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의 임기 완수 여부와 앞으로의 정국 전개 상황에 대해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토르스텐 파스 베를린자유대 정치학 교수는 APTN과의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에 대한 압력이 너무 커서 다른 해결책이 없었다. 전환점이 필요했다"면서 "이제 역동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 결과를 지금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도 정치적 주도권을 이어간 사례는 있다.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2004년 당 대표직에서 사임한 뒤 이듬해 조기총선을 소집해 총리 후보로 나갔으나 당시 메르켈 대표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 기민당에 패해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당시 슈뢰더 총리와 현재 메르켈 총리의 여건은 확연히 다르다.
슈뢰더 전 총리는 리더십을 재정비하는 과정으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차기 총리직에 다시 도전했으나, 메르켈 총리에게 이제 차기는 없다. '미래 권력'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조기 레임덕이 진행될 수 있는 셈이다.
총리직 유지는 대연정의 유지 여부에 달려있다.
현재로서는 사민당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최근 바이에른 주와 헤센 주 선거에서 사민당의 타격은 기민·기사당 연합 못지않다. 사민당에서는 대연정의 지속 여부와 당의 비전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메르켈 3기 내각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지그마어 가브리엘 전 사민당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새로운 대연정의 구성과 메르켈 총리의 조기 퇴진을 예상했다.
그러나 사민당의 지지율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추월당해 3위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대연정을 박차고 나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대연정을 깰 경우 사실상 조기총선이 실시될 텐데 사민당이 현재보다 저조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민당 내부에서 대연정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데다, 쇄신 요구가 상당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점치기 어렵다.
가브리엘 전 대표는 사민당이 대연정을 깨 정국 혼란을 야기할 경우 대중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의 기사당 대표 퇴진 여부도 대연정의 안정화 여부에 주요 변수라는 분석이다.
메르켈 총리는 29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연방 정부가 매우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제호퍼 장관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제호퍼 장관은 강경한 난민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대연정 내에서 파열음을 냈다. 극우세력 두둔 논란을 일으킨 정보기관 수장도 감싸 대연정이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됐다. 대연정에 대한 지지층의 염증을 불러일으키는 데 제호퍼 장관의 역할이 상당했다. 메르켈 총리 입장에선 눈엣가시인 셈이다.
가뜩이나 기사당의 '텃밭'인 바이에른 주 선거에서의 부진으로 제호퍼 장관에 대한 퇴진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메르켈 총리의 결단으로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제호퍼 장관이 기사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경우 기민당과 기사당이 인적 쇄신을 통해 면모를 일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민당의 차기 대표직을 누가 꿰찰지도 주요 관건이다.
일단 메르켈 총리의 결단에 기민당 안팎의 여론은 상당히 우호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당내 영향력이 아직 유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메르켈 총리와 가까운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56) 기민당 사무총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카렌바우어는 당내에서 이미 출마 의사를 나타냈다.
카렌바우어 사무총장이 대표에 당선될 경우 메르켈 총리가 레임덕 현상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메르켈의 반대 진영으로는 옌스 슈판(38) 보건부 장관과 2000∼2002년 기민당 원내대표를 지낸 프리드리히 메르츠(62)가 출마 의지를 표명했다.
메르츠는 원내대표 재직 당시 집권 전이었던 메르켈 대표와 주도권 경쟁을 벌였으나 밀려난 바 있다. 슈판 장관은 젊은 나이답게 개방적이면서도 정책적으론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이와 함께 독일 언론은 메르켈 총리의 퇴장 예고가 독일 정치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평가도 내린다.
진보성향 일간지 타게스차이퉁(taz)은 "우리는 메르켈 총리의 사직서에 감사해야 한다"면서 "대연정의 논의 테이블에서 밀려났던 사회적 갈등이 논의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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