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인천 다시 방문할 것"
(서울=연합뉴스) 유지호 신창용 기자 =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3)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터트렸다.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홈런 없이 9타수 1안타로 부진했던 로맥은 3차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4번 타자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로맥의 지각 홈런은 기다림 끝에 KBO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우뚝 선 그의 야구 인생과도 닮았다.
지난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만난 로맥은 자신을 도와준 은인 중 첫 손으로 트레이 힐만 감독을 꼽았다.
로맥은 "힐만 감독은 내가 지금까지 만난 감독 중에서 최고"이라며 "힐만 감독 덕분에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힐만 감독은 우리 선수들 모두를 꼼꼼하게 챙긴다"며 "힐만 감독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로맥에게 힐만 감독과의 이별은 더욱 아쉽다. 힐만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막판 "올 시즌을 끝으로 SK를 떠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SK 구단은 만류했지만, 미국에 있는 노모를 봉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그의 말에 더는 붙잡을 수 없었다.
로맥은 "지난 2년간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서 더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며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는 힐만 감독만의 아우라가 그리워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대니 워스의 대체 선수로 한국 무대를 밟은 로맥은 사실 SK 구단의 인내심이 만들어낸 선수다.
로맥은 데뷔 초반 반짝 활약한 이후 긴 슬럼프에 빠졌다. 바깥쪽 코스에 떨어지는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SK는 로맥의 타격자세에서 기술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묵묵히 지켜봤다. 변화를 강제하기보다는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했다.
지난해 7월 2군으로 내려간 로맥은 코치진에서 제시한 해법을 두말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지난 시즌 막바지 상승세를 탄 로맥은 달라진 타격폼이 완전히 몸에 익은 올해에는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외국인 타자로 성장했다.
지난해 31홈런을 쳤지만, 타율 0.242로 '공갈포' 이미지가 강했던 로맥은 올 시즌에는 정확도까지 발전해 상대 투수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로맥은 올 시즌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6에 출루율 0.404, 장타율 0.597로 OPS(출루율+장타율) 1.001을 기록했다.
또한 43홈런으로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와 함께 리그 홈런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인 두산 베어스의 김재환(44홈런)과의 홈런 차이는 단 하나였다.
로맥은 "한국에 온 뒤 야구 선수로서 많이 성장했다"며 "여전히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SK 구단은 내게 그런 기회를 줬다. 내 성장을 도와줬고, 그래서 나는 SK 구단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의 생활도 더없이 만족스럽다. 그는 "우리 가족들은 인천에서의 삶을 정말로 즐기고 있다"며 "길 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 인사로 격려해줄 때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언젠가 나이 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다시 인천을 찾고 싶다. 그때 인천에서의 삶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긴다면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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