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태국 군부가 2014년 쿠데타 직후 단행했던 정치활동 금지 조처를 늦어도 오는 12월초까지는 전면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군부 정권 최고지도자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전날 북부 치앙라이주(州)에서 열린 지방순회 각료회의에서 "정치활동 금지 해제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현재 정당들과 총선 준비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는 정치활동 금지조처가 해제되어야 한다"며 "법무담당 위사누 크레아-응암 부총리에게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한 의견 수렴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태국 최고 군정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는 개헌 후속입법이 마무리된 지난 9월 정치활동 금지 조처를 일부 해제했다.
이로써 정당들은 대표 선출과 당원 모집, 총선 후보 확정을 위한 예비선거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군부는 5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와 정치 캠페인 등 대부분의 정치활동을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내년 2월 말로 잠정 확정된 총선까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정당들은 정치활동 전면 해제 지연에 반발해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총선을 모두 휩쓴 탁신계 정당인 푸어타이당은 군부의 견제와 협박 속에 겨우 대표를 선출한 상황이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 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5월 극심한 정치혼란을 타개하기 위한 친정부-반정부 시위대와의 타협이 실패로 끝났다며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선언했다. 1932년 태국에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후 19번째 쿠데타였다.
쿠데타를 선언한 군부는 5인 이상이 모이는 정치 집회는 물론 정당 활동도 전면 중단시킨 가운데 2년여의 준비 끝에 2016년 8월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성사시켰다.
새 헌법에는 총선 이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250명의 상원의원을 NCPO가 뽑고, 이들을 500명의 선출직 의원으로 구성된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담겼다.
또 선출직 의원에게만 주어지던 총리 출마자격도 비선출직 명망가에게 줄 수 있도록 했다. 군인 출신의 군부 지도자인 쁘라윳 총리에게도 추후 총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이다.
개헌 이후 총선 일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2016년 10월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라마 9세) 서거와 1년간의 장례식,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른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라마 10세)의 새 헌법 조항 수정 등으로 관련법 정비 작업이 계속 순연됐다.
내년 총선 이후 계속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쁘라윳 총리는 사실상 선거운동을 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방을 순회하며 각료회의를 열고 지역 유지 등을 만나고 있다.
일부 현직 장관들은 별도의 정당을 만들어 사실상 쁘라윳을 총리로 재추대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시민운동가와 민주화 운동 단체 등은 정치활동 금지조치에도 최근 방콕 시내에서 군부 정권 퇴진과 총선 개최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간헐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