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출석요구서 수령 안하고 전화도 안 받아…고의성 지적도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고소장을 분실하자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위조한 혐의로 2년여 만에 기소된 전직 검사가 별다른 사유 없이 첫 재판에 불출석했다.
31일 부산지법 형사5단독 정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직 검사 A(36·여)씨 1심 첫 공판은 A씨 불출석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A씨는 이달 초와 중순께 법원이 A씨 주거지에 등기우편으로 보낸 공소장과 출석요구서를 모두 받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법원에 별도의 불출석 사유서를 내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번 달 초 기소된 이후 3개 법무법인 변호인을 선임했으나 현재는 모두 사임해 변호인이 없는 상태다.
한 법무법인은 사임서를 제출한 뒤 법원으로부터 받은 소환장을 A씨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A씨와 연락도 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지난 26일 법원에 제출했다.
법조계에서는 언론 보도로 기소 사실이 알려진 A씨가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까지 받지 않는 것은 고의성이 짙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원은 다음 달 28일로 공판 기일을 연기한 뒤 법원집행관이 직접 집을 찾아가는 등의 방법으로 A씨에게 법정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 피고인이 법원의 출석 요구를 별다른 이유 없이 수차례 거부하거나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딸인 A씨는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 근무하면서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하자 고소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하고,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만든 뒤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위조된 고소장을 바탕으로 각하 처분을 내리고 상부 결재까지 받았는데 이후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2016년 6월 고소장 분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당시 부산지검은 감찰을 하거나 징계위원회를 열지도 않았으며 고소장 분실 경위와 고의성 여부, 위조 이유 등을 조사하지 않은 채 A씨 사직서를 수리해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직 2년여 만에 기소된 A씨는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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