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 3D 재구성 결과…가슴우리 하단도 넓어 폐활량도 많았을 듯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네안데르탈인은 원숭이처럼 구부정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대 인류보다 더 꼿꼿하게 서서 생활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학 인류학 교수인 패트리샤 크레이머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흉부(가슴)를 가상공간에서 3D로 재구성한 결과, 척추가 현대 인류보다 더 곧고 폐기능도 뛰어났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밝혔다.
'등이 구부정한 원시인' 이미지는 19~20세기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것으로 실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 1983년 이스라엘 케바라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화석 '케바라2(K2)'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스캔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3D 모델로 만들었다.
'모세(Moshe)'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K2는 다른 네안데르탈인 화석과 함께 발견됐으며, 머리뼈는 없지만 현존하는 네안데르탈인 화석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화석의 주인공은 키 167㎝, 몸무게 75㎏의 몸집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되며 약 6만여전에 살다가 32세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3D로 재구성한 K2의 흉부는 척추에 붙어있는 갈비뼈 부분이 평평한 현대 인류와 달리 바깥쪽으로 더 굽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척추는 뒤로 기울어지는 자세가 되고 척주(脊柱)는 현대 인류의 요추(허리) 만곡 등이 없는 상태가 됐다고 한다.
현대 인류와는 확연히 다른 신체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또 가슴 우리는 아랫부분이 현대 인류보다 더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형태는 현대 인류보다 횡격막이 더 크고, 따라서 폐활량도 많았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스페인 바스크대학의 고생물학자 아시에르 고메스-올리벤시아 박사는 "흉부의 형태는 어떻게 숨을 쉬고 몸의 균형을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 당시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크레이머 박사는 K2의 흉부 형태는 당시의 혹독한 환경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생존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네안데르탈인의 적응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현대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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