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홍문종, 비박계 작심 비판…"나갔다가 들어와선 반성도 없어"
비박계, 정면 반박…"당내 요직 나눠먹은 적 없다"
12월 원내대표 경선·2∼3월 전대 앞두고 계파간 힘겨루기 시작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이신영 기자 = 자유한국당의 31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분출했다.
당내 친박(친박근혜) 성향 의원들과 잔류파 의원들이 작심하고 '김병준 비대위 체제'의 당 운영 방식을 비판하자, 비박(비박근혜) 성향 의원 등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당이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연 것은 지난달 19일 이후 한 달여만이다.
이를 두고 오는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로 통하는 홍문종 의원은 이날 "탄핵에 앞장서고 당에 침을 뱉으며 저주하고 나간 사람들이 한마디 반성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며 "이들이 개선장군처럼 당을 좌지우지하면 당과 보수의 미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빨간색이 어떻고 경제민주화가 어떻고 그러는데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은) 건곤일척의 싸움이었다"며 "당시 대통령선거에서 졌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밝혔다.
당 조직강화특위 외부위원들이 '2012년 비상대책위가 경제민주화 강령을 받아들이고 당색을 빨간색으로 바꿔 당이 침몰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홍 의원은 "누가 (조강특위 위원에게) 칼질을 하라는 특권을 줬나"라며 "되지도 않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을 받았나. 탄핵백서를 만들어달라"며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보다 훨씬 탄핵감이 많은 정부지만, (당을 나갔다가 돌아온) 그런 사람들이 무슨 비판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범친박계로 통하는 정우택 의원은 "비대위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위원장이 로드맵을 밝혀주면 좋겠다"며 "비대위 체제는 한시적 기구라는 인식이 있어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가 나올 때 구심점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을 나간 사람을 데려오는 것을 보수대통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보수대통합은 차기 당 대표의 숙제"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아니지만 잔류파 중진인 신상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가 보수 재건에 중요한 가을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있다"며 "비대위는 조기 전당대회 준비를 마치고 하루빨리 종결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비박 성향의 한 비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을 나갔다가 들어온 사람들이 끼리끼리 요직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사실관계가 틀렸다"며 "당내 조직부총장, 전략부총장, 여의도연구원장, 대변인 등은 모두 친박계 내지 잔류파"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성태 원내대표는 투표를 통해 당선됐고, 상임위원장은 3선 이상 의원이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당파들이) 요직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없다"며 "도대체 무엇을 갖고 요직을 나눠 먹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복당파는 아니지만 비박계에 가까운 정진석 의원은 "탄핵백서를 만들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2년이 다 됐는데 시의적절한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다"고 받아쳤다.
그는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탄핵 문제를 끄집어내 분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응집된 힘으로 문재인정권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견이 없을 수 없고, 결국은 토론이 있어야 하지만, 통합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며 "갈등이 심할 때 갈등을 한순간에 덮을 수는 없다. 새로운 우산 아래서 조금씩 덮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탄핵은 언젠가는 우리가 정리하고 가야 할 부분이지만 지금이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복당파인 김성태 원내대표는 "아직 당내에서는 다양한 입장과 인식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과거를 미워하는 것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 국민들은 잘못은 잘못대로 수용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확전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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