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3분기 성장률 전기비 0.2%로 4년만에 최저
"여건악화 대비해 재고" vs "불분명한 위험 과대평가 말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유로존 경제성장이 4년 만에 가장 둔화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종료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발표된 지난 3분기 유로존 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2% 성장한 것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인 0.4%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는 지난 2014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전년 동기보다는 1.7% 성장해 역시 시장 전망치 1.8%를 밑돌았다.
이탈리아 GDP가 전 분기 대비 0.0% 성장률로 정체했으며 프랑스 성장률은 0.4%로 전망치 0.5%를 밑돌았다.
이는 이탈리아 재정적자 확대 예산안을 둘러싼 EU 내 갈등,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무역 보호주의 등으로 유로존 경제에 악재가 쌓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5일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제에 모멘텀이 약화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균형 잡혀 있다는 견해를 유지했다.
현재 경제 둔화의 원인으로는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새 EU 배출가스 기준에 적응하느라 부진했다는 점 등 일시적인 요인을 지목했다.
그는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시작하더라도 초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ECB가 계획을 바꿀 가능성은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나 성장 둔화가 이어지면서 드라기 총재로서도 '나쁜 소식'을 더는 무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제시카 힌즈 캐피털 이코노믹스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우리는 ECB가 올해 자산매입 종료 계획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최근의 잇따른 지표 부진을 보면 ECB는 긴축정책이 앞으로 나올 지표들에 달려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CB는 올해 유로존 성장률이 지난해와 같은 2.4%를 기록할 것으로 애초 예상했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전망치를 2.0%까지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뿐 아니라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다른 지표들도 최근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ECB의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는 추가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멜빈 크라우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세계 경제 환경의 추가 악화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ECB가 저지를 수 있는 최대 실수는 오는 12월 하방 리스크들을 뚜렷하게 줄이지 않은 상태로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성장률 둔화가 양적완화 축소를 늦추기에 충분한 이유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올리버 라카우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하방 리스크가 덜 분명하고 정책 전망이 물가상승률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을 과대평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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