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1일은 1980년대 가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유재하와 김현식의 31주기, 28주기가 되는 날이다.
'천재 뮤지션' 유재하는 1987년 8월, 명반이 된 1집 '사랑하기 때문에' 한 장을 내놓고 그해 11월 1일 25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영원한 가객' 김현식은 3년 뒤인 1990년 11월 1일 32세의 나이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3년을 두고 같은 날 생을 마감한 두 사람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유재하는 자신의 첫 앨범을 내기 전인 1986년 김종진, 전태관, 장기호와 함께 김현식의 백밴드(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했다.
이 밴드가 와해된 뒤 1988년 김종진과 전태관이 2인조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을 결성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최근 만난 김종진은 "1985년 겨울 현식이 형이 나와 전태관, 장기호를 동부이촌동 집으로 불러 밴드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며 "키보드가 없어 전태관이 유재하를 추천해 이듬해부터 우린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현식이 형의 1집 제목이었다"고 기억했다.
유재하와 김현식이 우리 곁을 떠난 뒤 강산이 세 번 변했지만,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마음속에 되새김질 되고 있다.
올해도 유재하를 기리는 싱어송라이터 발굴 대회인 '제2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11일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다.
또 지니뮤직은 밴드 버전으로 제작한 유재하의 디지털 싱글 '지난날 리버스(Rebirth)'를 출시하고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홀로그램으로 제작해 선보인다. 유재하의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진 것은 31년 만에 처음이다. 당초 31주기에 맞춰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공개일이 연말로 미뤄졌다.
이번 뮤직비디오에는 유재하 생전 음악 활동을 같이한 선배 뮤지션 송홍섭(베이스), 정원영(키보드), 김종진(기타)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후배인 스윗소로우(코러스), 이준(드럼)이 함께 하는 모습이 담겼다.
제작진은 유재하 사진 몇 장과 단 하나의 방송 출연 영상을 참고해 유재하의 표정, 손동작, 몸짓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실감 나게 표현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후배 루빈이 유재하 대역으로 몸 연기를 맡아 유재하가 생전 노래하던 모습을 재연했다. 이를 바탕으로 KT 홀로그램 기술과 지니뮤직의 연출로 유재하와 선후배 뮤지션들이 음악적인 교감을 나누며 공연하는 모습이 완성됐다.
'지난날' 편곡은 유재하와 조용필의 밴드 '위대한탄생' 활동을 함께한 베이시스트 송홍섭이 맡았다.
송홍섭은 "재하야, 처음엔 네가 나를 너무 어려워해서 못 친했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친해질 수도 있었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많이 친해지지 못했던 것 같아. 요즘 네 음악 다시 들으면서 네 목소리 들으니까 정말 감회가 새롭다"고 그리움을 전했다.
깊은 울림의 탁성이 매력인 김현식은 1980년 1집 '봄여름가을겨울'로 데뷔해 1984년 2집의 '사랑했어요'로 주목받았다. 이어 자신의 밴드인 봄여름가을겨울과 함께 1986년 '비처럼 음악처럼'이 담긴 3집을 냈다. 3집에는 유재하가 작사·작곡한 '가리워진 길'이 수록됐다.
그는 1987년 대마초 사건으로 슬럼프를 겪었지만, 1989년 신촌블루스 2집에 참여해 '골목길'을 히트시켰고, 같은 해 강인원·권인하와 '비 오는 날의 수채화'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으며 1980년대 후반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김종진은 "우리에겐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형이었다"며 "지금도 어떤 일을 할 때 '현식이 형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하면 다 해결이 된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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