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2018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안우진(19ㆍ넥센)이다.
올봄 휘문고를 졸업한 신인 투수 안우진은 가을야구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 마운드의 확실한 기둥으로 떠올랐다.
사실 안우진은 지난겨울 좋지 않은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올 신인 중 최대어로 꼽힌 안우진은 넥센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6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도장을 찍었으나 고교 시절 후배들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져 질타를 받았다.
결국 구단 자체 50경기 출장 금지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안우진은 5월 하순에야 1군에 첫 등판했다.
첫 시즌 성적은 20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7.19.
최고시속 150㎞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뿌리는 유망주이지만 징계 여파로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런 안우진이 가을야구가 시작되자 단숨에 넥센 투수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포스트시즌 5경기에 등판해 15이닝 동안 1자책점만을 내줘 평균자책점 0.60을 기록했다.
등판 경기 수와 투구 이닝, 다승 모두 1위다.
현재로선 안우진이 없다면 넥센이 가을야구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그런 안우진을 보면서 26년 전 롯데 자이언츠를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던 염종석(45)이 떠오른다.
둘은 닮은 점이 많다.
190㎝가 넘는 큰 키의 우완 정통파 투수. 150㎞ 안팎의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가 주무기이고 팀의 막내면서도 가을야구에서 마운드의 핵심 투수로 활약한 점 등이다.
부산고를 졸업한 신인 염종석은 유망주이긴 했으나 고교 시절 안우진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의 동기들은 박찬호, 고(故) 조성민, 임선동, 손경수, 정민철 등 그야말로 '황금세대'라고 불렸다.
동기생 대부분은 대학에 진학해 해외진출을 꿈꿨지만 가정 형편 탓에 프로에 입단한 염종석은 데뷔 첫해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고졸신인이 첫해에 17승9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2.33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뒀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5경기에서 완봉승 두 차례를 포함해 4승1세이브, 30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해 롯데 창단 이후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마지막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이 던졌다.
정규시즌에서 204⅔이닝을 던진 염종석은 가을야구를 포함해 첫해에만 235⅓이닝을 던졌다.
이듬해에는 10승10패7세이브,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차례 수술을 받는 등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며 다시는 10승 투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아쉽게 유니폼을 벗었다.
올해 안우진은 징계를 받은 탓에 정규시즌 40⅓이닝만을 던졌다.
포스트시즌에서는 5경기 15이닝으로 조금 많이 던지긴 했으나 혹사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안우진은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힘들긴 하지만 제게는 아주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정규시즌 별다른 성적은 올리지 못한 안우진이 가을야구에서 얻은 자신감은 내년 시즌 정상급 투수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대성공에 우쭐한다면 자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우진 야구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르는 올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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