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자진해서 사퇴했다.
1일 바둑계에 따르면, 유창혁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프로기사회 임시 기사총회 결과를 보고 사퇴를 결정했다.
기사총회는 송필호 한국기원 부총재 및 유창혁 사무총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바둑계 미투 운동을 계기로 드러난 한국기원의 잘못된 행정의 책임을 묻는 의미였다.
한국기원은 성폭행 의혹을 조사하면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표현을 보고서에 넣어 기사들의 반발을 샀고, 다른 바둑 행정 분야에서도 기사들과 의견이 충돌해 '불통' 이미지를 얻었다.
유 사무총장은 프로기사 게시판에 자진 사퇴 사유를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기사총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기사총회 결과를 듣고 다음 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재께서 수락하시면 사무총장에서 바로 물러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인들의 권유로 2년 전 사무총장직을 수락한 것은 한국기원과 바둑계를 개혁하고자 하는 굳은 각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밖에서는 독선과 소통 부족으로 비쳤던 것 같다.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고 인정했다.
유 사무총장은 "선후배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바둑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바둑팬, 후원사 관계자 여러분께도 죄송하다"며 "사무총장 자리를 떠나더라도 한국바둑 발전을 위해 제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2016년 11월 1일 한국기원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한국기원은 "한국바둑 진흥이라는 과제에 300여 명 프로기사의 참여와 역할을 높이려는 뜻"이라며 "사무총장 자리를 채우는 차원을 넘어 명망 있는 프로기사 사무총장이 한국기원 사무국을 이끌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 사무총장은 1984년 입단해 국내대회 18회, 세계대회 6회 우승을 차지한 한국바둑의 전설이다.
특히 모든 세계대회(1993·1999년 후지쓰배, 1996년 응씨배, 2000년 삼성화재배, 2001년 춘란배, 2002년 LG배)에서 정상에 오르는 '그랜드슬램' 위업도 쌓았다.
2014년 5월부터는 한국기원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다.
몇 달간 사무총장직 제안을 고사하다 수락한 유 사무총장은 프로기사 양극화 현상, 유소년 바둑 보급, 중국 상대 경쟁력 강화 등 변혁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바둑 행정가로 변신했다.
그러나 동료 기사들의 신임을 잃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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