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태국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의료용 대마(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캐나다와 미국(일부) 등 일부 서방의 대마 합법화에 따라 형성된 시장에 태국산 대마를 수출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치는 작업이 한창이다.
1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태국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NLA) 공중보건위원회는 최근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마약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했다.
NLA 공중보건위원회 젯 시라트라넌 위원장은 "법률 개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했다. 본회의 검토 작업이 한달 안에 시작될 것"이라며 "앞으로 대마초는 의료용으로 허용될 것이며 오락용은 계속 불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중보건부 산하 식품의약청(FDA)도 법 개정에 맞춰 대마 추출액과 오일 등을 다음 달부터 전면 금지 대상 마약 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타레스 끄라싼나이로위웡 FDA 사무국장은 "오는 9일 열리는 마약류관리위원회 회의에서 보건부 장관이 관련 규정 개정안에 서명할 것"이라며 "이 경우 대마 추출액과 오일을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FDA는 학계 및 법조계를 통한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일부 연구에 따르면 대마가 신경계 장애와 말기 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치료에 쓰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환자 치료를 위해 법률 장벽을 걷어낼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쁘라친 준똥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도 의료용 대마 허용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다음 달에는 단기적인 조치가 나올 것"이라며 "관건은 대마 관리방식과 허용 범위"라고 말했다.
태국이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면 이는 아시아권에서 첫 사례가 된다. 인근 말레이시아도 최근 합법화 검토를 시작했지만, 논란 속에 아직 법 개정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태국은 그동안 마약 관련 범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으며, 비교적 중독성이 덜한 대마도 코카인 등 다른 마약류와 다음 없이 처벌해왔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가 국경을 맞댄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다양한 종류의 마약이 쏟아져 나오고, 이 마약이 태국을 통해 유통되면서 당국은 마약류에 대해 엄격한 통제와 처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한 대마 추출물에까지 같은 잣대로 처벌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태국 군부 정권은 캐나다, 호주, 미국(일부 주), 이스라엘 등이 대마를 합법화하면서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자, '대마 상업화'를 겨냥해 목표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대마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서두르게 됐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는 의료용 대마 시장이 오는 2025년께 558억 달러(약 63조6천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NLA 공중보건위원회의 젯 위원장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대마 수출을 통해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며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재배되는 대마의 품질은 최상급이다. 태국이 대마 수출로 돈을 벌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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