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투자전문회사 도입…사모발행 기준도 완화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그동안 은행 대출에 목맬 수밖에 없던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로 자본시장의 직접 금융 창구 문호가 한층 더 넓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당정협의를 거쳐 내놓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에서 혁신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자금 공급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제도를 도입한다. BDC는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 또는 상장한 후 비상장기업과 코넥스기업에 투자하는 투자목적회사다.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BDC를 통해 일반투자자도 비상장기업에 쉽게 투자할 길이 열린다. 투자자는 BDC를 통해 비상장기업에 직접 투자할 때보다 자금 회수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도 청산 시점이 정해진 벤처펀드 등의 투자보다 자금 공급이 안정적이어서 BDC의 지원을 선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혁신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현재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 중심인 전문투자자 문호를 개인에게도 폭넓게 개방한다.
현재 개인과 일반법인은 전문투자자가 되려면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이면서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이거나, 총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금융투자협회에 등록해 활동할 수 있다.
이러한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분한 투자경험' 정도로 완화하고 소득·재산 요건에 '투자경험이 있으며 증권 관련 지식을 포함한 자'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 종사자나 변호사, 회계사, 엔젤투자자, 금융투자 관련 자격증 보유자 등도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다.
금투협 방문 등록 절차는 폐지하고 이 절차를 증권사 심사로 바꾼다.
대신 증권사의 부적절한 전문투자자 요건 심사는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해 엄격하게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체계를 다양화하려는 취지에서 사모발행 기준을 완화해 사모 자금모집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현재 기업이나 증권사가 일반투자자 50인 이상에게 청약권유를 하면 이를 공모로 보고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앞으로는 청약권유를 한 일반투자자 수와 관계없이 실제 청약한 일반 투자자가 50인 미만이면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기로 했다.
또 실제 투자자가 모두 전문투자자인 경우에는 1대 1 청약권유 외에도 광고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공개적인 자금모집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모펀드 규제도 대폭 손질한다. 우선 전문투자형, 경영참여형으로 나뉜 사모펀드 규제체계 구분을 없애고 일원화한다.
또 기관으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전용 사모펀드(가칭)를 도입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사모펀드의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자 수를 현행 기관투자자 제외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변경한다.
금융위는 "그동안 기업금융 시장이 정책보증과 은행을 중심으로 발전해 자본시장의 역할이 부진했다"며 "자본시장의 자금중개 기능도 상장기업 위주여서 중소기업은 직접 금융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제도 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소기업 자금조달 비중은 대출(73.4%)과 정책(23.4%)이 대부분이고 직접 금융은 2.2%에 불과했다.
이번 대책은 혁신기업이 비상장 상태인 창업·성장단계부터 자본시장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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