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폐가가 된 가게에 숨어든 3인조 좀도둑. 과거에서 보낸 편지를 발견하고 장난삼아 과거로 답장을 보낸다. 국내에서만 누적 100만부, 전자책까지 합치면 120만부 판매고를 기록한 스테디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줄거리다.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소설은 지난해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됐으며, 지난 2월 국내에서도 개봉했다. 그런데 다음 달 나미야 잡화점의 '또 다른 이야기'가 관객을 찾아온다. 원작을 중국에서 영화화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다.
썩 좋지만은 않은 중·일 관계를 생각할 때 콘텐츠의 힘은 국경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원작의 큰 줄기는 유지하면서도 몇몇 에피소드를 취사선택하고 중국 현지 사정에 맞게 각색했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전원 남성이던 좀도둑 3인조가 남자 둘, 여자 하나의 혼성조직으로 바뀌었다는 것.
최근 중국에서 인기몰이 중인 위구르족 출신 여배우이자 '중국의 전지현'이라고 불리는 '디리러바'를 투입했다. 아무래도 흥행성적을 의식한 캐스팅으로 보인다.
잡화점 주인인 나미야 유지는 '무명'씨로 이름을 바꾸었고, 액션 스타 '청룽'(성룡)을 캐스팅했다.
쿵후 영화의 대명사인 청룽은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여생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무명' 할아버지로 분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검버섯이 가득한 얼굴에 돋보기안경을 걸친 청룽의 얼굴은 '액션 스타 성룡'을 기억하는 국내 팬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일본판과 마찬가지로 3인조 도둑이 한 여성 집에 침입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3인조는 집주인 여성을 묶고 차까지 훔쳐 달아나지만 폭우가 쏟아지고 차 기름까지 떨어지고 만다.
비를 피해 잡화점으로 숨어든 3인조는 우연히 우체통을 통해 편지를 받게 된다. 장난스럽게 답장을 쓰던 이들은 그 편지가 과거에서 보낸 편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로 나갔지만 좀처럼 성공하지 못해 고민하는 '시골 뮤지션', 마이클 잭슨 같은 스타를 꿈꿨지만 아버지 사업 실패로 가족과 헤어져 보육원에서 자란 '하오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큰돈을 벌고 싶은 '길 잃은 강아지'가 보낸 편지 등 과거의 고민이 3인조 앞에 켜켜이 쌓여간다.
원작에서 '달 토끼'와 '그린 리버' 사연은 빠졌고, '생선 가게 예술가'는 '시골 뮤지션'으로 '폴 레논'은 '마이클 잭슨'으로 각색했다.
일부 가지를 쳐내고 중국 색을 덧입혀 원작의 큰 줄기를 따라가는 안전한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원작 자체가 과거와 현재가 치밀하게 맞물려 있어 각색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원작 소설이나 일본판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나미야 잡화점'을 처음 접하는 관객도 원작의 탄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잔잔한 감동에 젖어 들게 된다.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