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 4인이 말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7일부터 내한 투어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뮤지컬 '라이온 킹'은 동물의 모습을 한 채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다룹니다. 사랑과 우정, 상실, 배신 등 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그려지죠."
오는 7일 대구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서울, 부산 공연을 이어가는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에 참여 중인 주연 배우들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인간들의 이야기"란 점을 꼽았다.
주인공 아기 사자 '심바' 역을 연기하는 캘린 그랜들링과 강인한 암사자 '날라' 역의 조슬린 시옌티, 사바나의 왕 '무파사' 역의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일레, 왕위를 노리는 '스카' 역의 안토니 로렌스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한옥 건물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이들은 퍼핏(손 등 신체 일부를 넣어 조종할 수 있는 인형)과 얼굴·신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동물을 연기한다.
여성 최초로 토니상 연출상을 받은 줄리 테이머가 구현한 이 방식은 '휴매니멀'(휴먼과 애니멀의 합성어) 또는 '더블 이벤트'라 불린다. 배우들을 동물을 연기하기 위해 동물 의상을 전신에 덮어쓰거나 마스크로 얼굴을 덮지 않는다. 대신 퍼핏을 조종하고 동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얼굴과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동물을 털옷과 가면 등으로 똑같이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과 환상을 더해 사바나 정글을 완성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카 역의 로렌스는 "무대 위에서 동물과 인간이 둘 다 드러나고, 양쪽 모두 서로에게 숨지 않는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동물들의 이야기에서도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얼굴이 완전히 보이는 가운데 기린의 긴 목이 마스크로 연결되고, 가젤이 떼로 뛰어다니는 모습은 배우가 수레바퀴를 미는 동작으로 구현되는 식이다.
200여 개의 퍼펫과 마스크는 대부분 고전적인 방식으로 제작됐지만, 일부에는 배우가 컨트롤 장치를 사용해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갔다.
날라 역의 시옌티는 "내 마스크는 굉장히 단순하고 기계적 기능이 전혀 없어 더 빠른 움직임과 세밀한 표현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렌스는 "반대로 내 마스크는 머리 위로 젖힐 수도, 얼굴을 가릴 수도 있게 제작됐는데, '스카'가 악한 모습 등을 감출 때 마스크 뒤에 숨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 배우 대부분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아프리카 사바나 정글의 넘실대는 생명력과 토속적 리듬이 진한 넘버(곡)들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심바 역의 그랜들링은 "노래 중에 심장 박동 소리가 들어간 부분이 있다"며 "공연 내내 그 흥분과 설렘이 지속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옌티는 "'날라'처럼 나 역시 의지가 강하고 내가 나고 자란 문화와 뿌리를 자랑스러워 한다"며 "다만 이건 아프리카 대륙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 보편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 내 '라이온 킹'에 대한 관심에도 놀라워했다. 서울 공연은 아직 개막까지 2~3달 남은 상황이지만 주말 주요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무파사 역의 카니일레는 "개막도 전인데 벌써 관객들의 사랑과 열정이 느껴진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라이온 킹'은 1997년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20개국에서 9천500만명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탄생 20주년을 맞아 작년부터 진행 중인 해외 투어의 일환으로 이번 한국 공연도 성사됐다. 오리지널 제작진이 참여한 가운데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볼 수 있는 원형과 똑같은 투어 공연을 마련했다.
지난 3월 필리핀 마닐라와 6월 싱가포르를 거쳐 이달 한국으로 이어진다. 11월 7~12월 25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내년 1월 9일~3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4월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차례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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