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언 "기차로 우리땅서 유럽까지 가는 장면, 눈앞에 그려지죠"

입력 2018-11-01 12:46  

양방언 "기차로 우리땅서 유럽까지 가는 장면, 눈앞에 그려지죠"
"무대에서 느끼는 찰나의 순간이 유토피아"
21일 '유토피아 2018' 공연…9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경의선 철도가 우리 땅에서 유럽까지 연결되는 장면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 양방언(58)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 및 현대화' 합의문이 발표되자 가슴이 뛰었다.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을 맡을 때만 해도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남북 선수가 공동 성화봉송을 하는 것에 만족했는데, 성큼 나아간 남북관계를 확인한 것이다.
1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오는 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하는 콘서트 '양방언 유토피아 2018' 소식을 알리면서 변곡점에 선 남북관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양방언이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 배경에는 그의 남다른 성장 과정이 있다.
재일교포 2세인 그는 북한 국적 아버지와 한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중학교 때까지 조선총련계 학교에 다니면서 북한 국적으로 살다가 1993년 아버지가 별세하자 서른 살이 넘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간담회 내내 "아직 제 우리말이 이렇게 어리바리하다"며 일본식 억양에 대해 거듭 양해를 구했다.
"아버지 고향은 제주도, 어머니 고향은 신의주고 저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어요. 경의선 철도가 드디어 연결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2012년 '드림 레일로드'(Dream Railroad)라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지금이 그 곡을 연주할 적기인 듯합니다."
양방언은 조만간 민족의 소리를 담은 또 다른 프로젝트를 공개한다. 내년 3월 방영될 KBS 다큐멘터리 '아리랑 로드'다. 그는 일제강점, 한국전쟁 등 아픈 역사를 거치며 고향에서 강제로 이주당한 사람들을 찾아가 '아리랑'의 흔적을 만나고 음악에 녹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든 테마곡 '디아스포라'(Diaspora)는 오는 21일 공연에서 초연한다.
그는 "엄밀히 말해 저도 어떤 면에선 '디아스포라'(팔레스타인을 떠나 흩어져 사는 유대인처럼 '흩어진 사람들'이란 뜻) 세대"라며 "그래서 러시아,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고려인들의 삶이 많이 와닿았다. 원치 않게 고향을 떠난 한국 사람들의 DNA를 끌어당긴 게 아리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방언은 이번 공연에서 9년 만에 세종문화회관에 선다. 게스트 면면은 화려하다. 국카스텐 보컬 하현우와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오시오 고타로를 비롯해 20명이 넘는 슈퍼 밴드가 함께 선다.
양방언은 특히 하현우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여러 차례 합동공연을 했으며, 지난해 10월 강원도 정선아리랑을 주제로 발표한 음반 '에코우즈 포 평창'에서 하현우가 '정선아리랑 록 버전'을 부르기도 했다.
"국카스텐 데뷔 직후 음반을 우연히 들었는데요. '드디어 한국에 이런 아티스트가 나왔구나'라는 감이 들었어요. 가수나 밴드라는 표현으론 부족했죠. 실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록이에요. 공연장에 오면 아시겠지만, 드럼과 베이스에는 강력한 리듬이 있습니다. 제가 클래식을 주로 하니까 록, 국악과 같은 장르는 안 한다는 건 편견이에요."
국제적인 무대에 음악을 올리는 비법을 묻자 양방언은 수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공식 주제곡 '프런티어'를, 2013년 대통령 취임식 축하 공연에서 '아리랑 판타지'를 들려줬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차기 개최지 공연의 음악감독을 맡아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올랐으며, 일본에서도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 관한 방송 다큐멘터리 음악 작업을 했다.
그는 "솔직히 모르겠다"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같은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유희열 씨가 '전통과 현대가 조화되면서 우리 것이 있다'는 말씀을 해주더라"고 말을 줄였다.
지난 22년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남다른 디스코그래피를 써온 양방언. 장르에 갇히지 않고 클래식과 국악, 대중음악을 넘나들고 다큐멘터리와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게임 등 영상 음악까지 섭렵해온 그는 여전히 무대 위가 자신의 '유토피아'(이상향)라고 했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입니다. 저는 악보를 그리고 리허설도 하지만, 현장의 순간만은 예측할 수 없어요. 무대에서만 얻을 수 있는 호흡, 그 순간밖에 볼 수 없는 반응. 그게 제게 유토피아인 것 같습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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