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층 갑질·채용비리 등 민생 속 적폐 엄단 의지 밝혀
공수처법 등 처리 당부하며 국회에 '공정사회' 동참 호소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확고한 국정지표라고 선언하고 적폐청산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대적인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걸었던 집권 초반에 비해 집권 2년차에 한반도 평화와 민생 이슈 등에 가려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희석된 것 아니냐는 해석과 무관하게 적폐청산은 집권 내내 추진해야 하는 이슈임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국민은 일상에서의 작은 불공정도, 조그마한 부조리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면서 "정부는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 권력적폐를 넘어 생활적폐를 청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현 정부가 청산해야 할 적폐가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적폐청산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현 정부가 청산하고자 한 적폐의 양상은 대부분 권력형 적폐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국정농단 의혹'을 비롯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등은 권력의 전횡으로 인한 적폐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적폐청산의 요구가 분출했던 촛불집회 2주년을 맞은 최근에는 그 적폐의 양상이 드러나는 지점이 민생과 가까운 곳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기득권층의 '갑질'을 비롯해 학벌 차별에 따른 채용비리, 학사 비리 등이 점차 그 실체를 드러내는 분위기다.
국정감사를 달궜던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과 사립유치원 비위 역시 생활적폐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에게는 권력형 적폐 못지않게 정상적인 민생을 해치는 이런 생활적폐 역시 청산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청와대도 지난 5월 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배포한 '적폐청산 평가' 자료를 통해 "앞으로 민생과 직결된 영역에서 벌어지는 생활적폐로 적폐청산의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생활적폐의 청산을 천명하고 나선 또 다른 배경에는 공정사회를 이룩하겠다는 초심을 유지하고자 하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적폐청산 드라이브 속에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속되는 등 권력형 비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했으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을 완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권력기관 정상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를 더는 늦출 수 없다"면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국회가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위원 정수를 두고 석 달여 만에 가동된 탓에 아직도 처리되지 못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등을 조속히 국회에서 마무리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변함없는 적폐청산 의지를 밝혀 정권교체를 이뤄준 국민의 뜻을 끝까지 받들면서 정부의 최우선 목표이자 국민의 준엄한 명령인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임기 5년을 바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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