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오랫동안 뇌질환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이 맹장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스웨덴 연구진은 양국의 의료기록을 검토한 결과, 청년기에 맹장을 떼어낸 사람의 경우 일반적으로 치료가 어려운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19% 낮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AFP통신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파킨슨병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살충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이는 스웨덴 농촌 농민들의 경우 맹장을 절제한 사람이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은 무려 25%나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미시간 밴앨던연구소(VAI) 조교수 비비안 라브리는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 가운데 맹장 절제 수술을 받은 경우엔 파킨슨병 증세가 발현된 시점이 평균 3.6년 늦춰진 사실을 밝혀졌다"며 "이런 연구 결과로 미뤄볼 때 맹장이 파킨슨병 증세 발현에 일정한 역할을 하는 조직 부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맹장이 면역 반응과 연관있는 것은 물론, 파킨슨병과 연계된 중요 단백질 보관 장소이면서 동시에 내장 박테리아의 보관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손과 발 등의 떨림이나 근육 경직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 적어도 10년은 소화장애에 시달린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맹장과 이 기관의 잠재적인 역할을 한층 면밀히 조사한 끝에 이런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파킨슨병 환자는 대부분 파킨슨병 환자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단백질 '알파시누클레인' 덩어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신호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파킨슨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라브리는 "극히 드문 경우 알파시누클레인이 맹장에서 빠져나와 뇌로 간다면 파킨슨병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언젠가는 약물치료를 통해 알파시누클레인 집적량을 줄일 수 있고, 그에 따라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삶의 질을 악화하게 하는 질병이다.
연구 결과는 의학전문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TM) 최신호에 발표됐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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