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없다" 비난에 시위 계획…"공개 논쟁 필요" 지지도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에서 독일의 극우정당 대표를 연사로 초청하는 행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재학생 토론클럽인 옥스퍼드 유니언이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원내대표 알리체 바이델을 초청했으나, 총학생회가 반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독일 정계의 지평을 뒤흔들면서 제3당으로 급부상한 AfD를 이끄는 39세의 바이델은 인종차별주의적이고, 반이슬람·반이민적인 성향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인물로 알려졌다.
옥스퍼드 유니언이 오는 7일 바이델을 초청한 가운데 이 대학 총학생회는 항의 시위를 계획하는가 하면 초청이 취소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장(open letter)을 펴내 대학교수를 포함한 의원 등 100명의 서명을 받았다.
공개장에 서명한 이 대학 세인트 앤터니 칼리지의 폴 베츠 교수는 AfD의 인종 공격과 반이슬람 정책을 비판하면서 "경솔하고 분별없는 초청"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서명자인 옥스퍼드 동부 지역구의 한 의원은 옥스퍼드 유니언이 민주적인 논쟁과 관용의 전당으로서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델은 관용적인 이민 정책을 펼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미쳤다"(insane)라며 노골적인 비난을 하면서 독일은 메르켈의 이민 정책 때문에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옛 서독 출신인 바이델은 미국 투자업체 골드만삭스의 금융 전문가 출신의 레즈비언이다. 그가 동성애 반대를 표방하는 AfD를 이끄는 것은 다소 모순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대표적 지성으로 손꼽히는 티머시 가튼 애시는 공개 논쟁의 기회가 필요하다며 옥스퍼드 유니언의 초청을 지지했다.
이번 행사는 바이델이 20분간 연설하고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이 20분간 질문을 한 뒤 20분간 청중이 질문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옥스퍼드 유니언은 바이델이 스스로 취소하거나 경찰이 안전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행사를 강행할 예정이다.
이미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단체의 회원 등 550명이 옥스퍼드 유니언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데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논란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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