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 동맹군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이 장악한 남서부 항구도시 호데이다 외곽에 약 3만명의 병력을 증파했다고 주요 외신과 현지 언론이 1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아랍 동맹군에 훈련받은 예멘 정부군이 신식 무기와 장갑차로 무장하고 호데이다 인근에 파병됐다. 곧 대규모 군사 작전이 벌어진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도 이에 대비해 수천 명의 대원을 호데이다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은 지난달 31일 아랍 동맹군이 호데이다의 반군 훈련소를 공습해 반군 대원 15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이런 대규모 병력 기동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0일 "지금부터 30일 뒤 예멘 내전 당사자가 휴전, 국경에서 철수, 폭탄 투하 중단을 의제로 모두 평화의 테이블에 둘러앉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 직후 이뤄졌다.
매티스 장관은 예멘 반군의 탄도미사일, 드론 공격뿐 아니라 아랍 동맹군의 공습도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사우디가 곤경에 처하면서 3년 반째 이어지는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도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하게 되자 이를 지원한 미국에까지 화가 번지지 않도록 사전에 이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개입으로 2015년 3월 하순 예멘 내전이 본격화한 이후 미국이 공개적으로 사우디에 공습을 멈추고 휴전하라고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이란이 예멘 반군을 지원한다고 확신하면서 걸프 지역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 확장을 막기 위해 예멘이 사상 최악의 인도적 위기에 처했음에도 사우디의 군사 개입을 측면 지원했다.
사우디는 그러나 카슈끄지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마당에 예멘 내전의 개입 수위까지 낮추면 사실상 정책 실패와 패전을 자인하는 모양새로 비친다고 판단하고 예멘 반군의 핵심부인 호데이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미국이 서두르는 만큼 조만간 시작될 수 있는 예멘 휴전 회담에서 우세한 구도를 조성하기 위해 예멘의 물류 중심지인 호데이다에 전투력을 집중하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 주도의 아랍 동맹군은 올해 6월 호데이다 탈환 작전을 개시했으나 인근 공항까지만 진격했을 뿐 이후 반군과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매티스 장관의 휴전 협상 요구에 대해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마틴 그리피스 예멘 파견 유엔 특사가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협상을 시작하고 싶지만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피스 특사는 7월 25일부터 사흘간 반군 지도부와 호데이다를 유엔이 중립적으로 관리하고 반군에 잡힌 예멘 정부 인사를 석방하는 대신 사우디가 공습을 중단하는 조건을 두고 중재하려 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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