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대한의사협회에 '소통'을 바란다

입력 2018-11-02 06:13  

[김길원의 헬스노트] 대한의사협회에 '소통'을 바란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펴낸 '2016 보건복지백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의사면허 소지자는 11만8천696명으로, 약 12만명에 육박한다. 이는 1990년 4만2천554명에 견줘 25년 만에 2.8배가량으로 그 수가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의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 현안은 물론이고 의사들의 권익,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의 귀에 전해진다. 이런 목소리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대표 단체가 바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다.
의협은 최근에는 복부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를 4차례에 걸쳐 변비로 오진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진이 법정 구속된 데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사가 선한 의도를 갖고 최선의 진료를 했음에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실형이 선고돼선 안 된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이에 의협의 수장인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부회장은 삭발까지 하며 대법원과 청와대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거리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의사인권 사망선고', '사법 만행', '파업 투쟁' 등의 용어까지 나올 정도로 의협의 감정은 격앙돼 있다.

이런 반발에는 사건의 인과관계 측면에서 볼 때 여러 가지 갑론을박의 여지가 있다.
다만, 의협 집행부가 거리 투쟁에까지 나선 건 법리적인 잘잘못을 떠나 법원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의사 3명을 법정에서 구속한 게 너무 과했다는 측면이 큰 듯하다.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형사 범죄 행위가 돼 인신 구속으로 이어진 초유의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데서도 이런 감정의 골이 그대로 읽힌다.
한 의사는 의사들에 대한 사법부의 이런 잣대가 결국 특정 진료과목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보건인력 수급에도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한 사마리안인'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다면 의사들이 중증환자 진료를 기피하는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은 기대만큼 공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환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의협의 주장이 백번 옳다고 해도 매번 일방적이고 투쟁적인 목소리만 낸다면 결국 국민에 외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의협의 주장이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것일까.
의협은 최 회장이 수장으로 취임한 3월 23일 이후 10월 31일까지 언론에 총 123건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략 이틀에 1개꼴로 보도자료를 낸 셈이다. 최 회장의 당선을 알리는 게 첫 번째였고, 123번째 보도자료(10월 31일)가 '전국의 의사들이여, 모두 들고 일어나자!'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였다.
보도자료 제목만 보면 의협의 주장을 언론에 강하게 전달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보도자료에는 입장, 성명서, 기자회견, 요구, 결의문, 규탄 등의 용어가 많이 사용됐다. 그간 있었던 문재인케어 반대 파업 투쟁, 한의사협회와의 갈등 관계에서 비롯된 의협의 입장, 응급실 폭력사태 예방책 등을 알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로 결의문과 규탄 성명서 등의 보도자료가 거의 매일 언론에 뿌려지다시피 했다.
물론 국민건강에 초점을 맞춘 자료도 간혹 눈에 띈다. 라돈 침대 사태 관련 기자회견이나 폭염 대처법, 메르스 사태 교훈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자료는 전체의 5%도 채 되지 않는다.

현 의협 집행부는 출범 당시 임기 중 미션으로 '국민건강의 수호와 질병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는 다짐을 내걸었다. 이런 점을 상기한다면 최근의 행보가 국내 최대 의사단체로서 국민에게 다가서기보다는 협회 자체의 권익을 대변하는 데만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흔히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 간 소통이 안 됐다고 하면 질환에 대한 설명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환자는 긴 설명 시간보다 짧더라도 의료진의 진정성이 담긴 말 한마디나 행동을 기대한다. 잠깐이라도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잠시라도 환자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는 모습에 환자들은 그 의사를 믿고 기대는 것이다. 얘기를 나누는 물리적인 시간도 중요하지만, 서로 뜻이 통해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게 바로 소통이다.
의협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그들의 주장이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으려면 먼저 객관성을 담보하는 조사위원회를 통해 나름의 결과를 내놓고 소통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차제에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완충적 기구나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비전문가 협의체를 의협 내부에 두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런 게 없다면 국민의 귀에는 의협이 아무리 옳은 목소리를 내도 제대로 들릴 리 만무하다. 의사협회가 국민과의 소통을 도외시한 채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봤으면 좋겠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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