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어린 물고기 남획 자원고갈 불러

입력 2018-11-02 10:21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어린 물고기 남획 자원고갈 불러
참조기·갈치 새끼 등 양식장 먹이로…연간 생사료 사용량 50만t
해양수산개발원 "배합사료 의무화, 어린 물고기 혼획 많은 어획물 몰수 등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2년 연속 100만t을 밑도는 등 어자원 감소가 심각한 상태에 처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연구본부는 2일 '어린 물고기 남획 실태 및 보호 정책 연구' 보고서에서 어린 물고기 남획이 어자원 고갈을 심화하고 자원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도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전년도(105만8천t)보다 급감한 90만8천t으로 1972년 이후 44년 만에 100t 선이 무너졌다.
2017년에도 92만7천t에 머물러 어업인들은 100만t 미만 생산량이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이 같은 생산량은 최대를 기록했던 1986년의 173만t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어자원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미처 자라지도 않은 어린 물고기를 마구 잡아 '씨를 말리는' 남획에 있다.

저인망과 안강망 어업에서 잡은 갈치의 70%, 자망과 안강망 어업에서 잡은 참조기의 50%와 90%, 대형선망 어업에서 잡은 고등어의 40% 이상을 어린 물고기가 차지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어린 물고기들이 자라서 한 번이라도 번식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잡아버려 자원량이 늘어날 틈이 없는 셈이다.
이 같은 어린 물고기 남획은 생사료를 사용하는 양식장의 수요와 어업 제도의 문제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통계청의 어류양식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도 생사료 사용량은 49만4천796t에 달했다.
2013년의 42만5천149t과 비교하면 4년 새 7만t이나 늘었다.

2012년 이후 6년 동안 양식어류 생산량은 1만79t 증가했지만, 생사료 사용량은 5만1천414t이나 늘었다.
국내 어류양식은 생사료 의존도가 높아 양식 어류 생산이 늘수록 5배에 이르는 생사료가 필요하다.
생사료의 원료는 어린 물고기와 소형 물고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사료 가운데 약 10만4천t은 수입 물량이고, 38만8천t은 국내산 물고기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어린 물고기 남획은 결국 자원 고갈을 불러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명태다.

1981년 명태 생산량은 17만t에 육박했으나 1970년부터 새끼(일명 노가리) 포획이 허용되면서 급감해 2008년 어업생산통계 상 '0'을 기록했다.
1976년 전체 명태 어획량의 94%를 노가리가 차지할 정도로 무분별하게 이뤄진 남획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결과 우리나라에서 넙치 1kg을 양식하는 데 약 5.5kg의 생사료가 필요하다.
새끼 넙치 3마리를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는 1.5kg짜리로 키우기까지 생사료 24.75kg이 든다.
어린 참조기, 갈치 등을 생사료로 사용할 경우 500마리가량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어린 참조기를 생사료로 판매하면 kg당 600원대에 불과하지만 19cm 전후로 자라서 식용으로 팔면 kg당 산지 가격이 20배인 1만2천원으로 올라간다.
참조기나 갈치 새끼의 남획을 두고 수산물 유통업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우리 연근해 생산량이 줄어든 틈을 파고들어 국내 시장을 급속히 장악하고 있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어린 물고기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노르웨이는 1971년에 북해 연안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몸길이 30㎝ 미만 고등어의 어획을 금지했다.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혼획 비율이 기준을 넘으면 즉각 조업을 중단하고 다른 어장으로 이동하도록 의무화하고 혼획을 줄이는 장치 개발과 보급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어린 고등어 비율을 10%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고, 자원량도 당연히 증가했다.
어린 고등어 비율이 15%를 넘으면 어획물 판매대금을 전액 몰수하는 등 자원 보호를 위한 강도 높은 규제도 병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포획금지체장 규정은 너무 느슨해 사실상 자원 보호에 별 효과가 없다.
고등어 포획금지 체장은 21㎝에 불과하다. 갈치와 참조기는 총허용어획량(TAC) 대상 어종에 포함되지 않아 어획물 판매장소가 지정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어린 물고기 혼획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
어민들의 인식도 문제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상품성 있는 크기로 자라 비싸게 팔 수 있지만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무조건 잡고 보자는 조업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 이정삼 어업자원연구실장은 "지금처럼 어린 물고기 남획이 계속되면 우리 연근해어업에 미래는 없다"며 "생사료 사용 수요를 줄이고 남획을 막을 제도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합사료 사용 전면 의무화가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지만 양식어업인의 비용 부담 문제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의무화 비율을 높이고, 참조기와 갈치 등을 총허용어획량 대상에 포함해 감시하면서 노르웨이처럼 어린 물고기 혼획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판매대금을 몰수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 실장은 "대형선망 어업이 휴어 기간을 늘리자 자원량이 늘고 씨알도 굵어진 사례를 들어 다른 업종으로 확대하고 어린 물고기 혼획을 줄이기 위한 어구와 어법 개발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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