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황유미 씨 사망으로 촉발…조정위 중재에도 난항 거듭
삼성, 비정규직·순환출자 해소 등 이어 '사회적책임' 부각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005930] 기흥공장의 여성 근로자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촉발된 이른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백혈병 등의 질환을 반도체·LCD 제조와 관련된 직업병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무려 10년 이상 논란이 이어졌으나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이날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최종 접점을 찾게 된 것이다.
삼성과 피해자들의 '기싸움'은 2008년 3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발족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 등이 조사를 이어갔으며,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2012년 반올림 측에 대화를 제안하면서 '사과·보상·예방'을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특히 양측의 이견으로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반올림 소속 피해자 8명 가운데 6명은 2014년 8월 삼성전자 측에 신속한 보상을 요구하며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를 구성, 사태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후 2014년 말 가대위 측 제안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참여했고, 8개월 동안의 조정 끝에 2015년 7월 '조정 권고안'을 도출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듯했지만 조정 과정에서 합의는 무산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15년 9월 자체 보상안을 발표하고 신청자들을 상대로 보상을 시작했다.
반올림과 일부 피해자들은 이에 즉각 반발하면서 삼성의 자체 보상안을 거부했으며, 2015년 10월 7일부터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조정위원회가 올해 초 삼성전자와 반올림으로부터 '합의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 7월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양측에 각각 발송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특히 이전까지는 '조정' 방식이었으나 2차 제안에서는 "양측 의견을 바탕으로 결론에 해당하는 중재 결정을 내리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최후통첩'의 성격이 강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무조건 수용' 입장을 밝히고 반올림도 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10년 이상 끌어온 분쟁 타결을 예고했으며, 조정위의 중재안 전달에 이어 이달 중 최종 협약식을 갖게 됐다.
이번 극적인 타결에 대해 삼성 측은 사회적인 논란이 된 오랜 난제를 잇따라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사 직원 직접 채용, 노동조합 활동 보장과 함께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한 데 이어 '반도체 백혈병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수년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던 난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논쟁과 관련한 주요 일지다.
▲ 2007년 3월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씨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
▲ 2008년 3월 = 반올림 결성
▲ 2012년 11월 = 삼성전자,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제안
▲ 2013년 12월 = 삼성전자-반올림 직접 협상 시작
▲ 2014년 4월 =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사과 기자회견
▲ 2014년 9월 = 가족대책위원회 출범
▲ 2014년 12월 = 조정위원회 구성 및 1차 조정 시작
▲ 2015년 7월 = 조정권고안 발표, 조정 과정에서 합의 실패
▲ 2015년 9월 = 삼성전자, 1천억원 규모 기금 마련…자체 보상 시작
▲ 2015년 10월 = 반올림, 삼성전자 자체 보상 거부…천막 농성 시작
▲ 2016년 1월 = 삼성전자·반올림·가족대책위, 예방안 합의
▲ 2016년 6월 = 예방 합의에 따라 옴부즈만위원회 발족
▲ 2018년 4월 = 옴부즈만위원회 결과보고
▲ 2018년 7월 = 조정위원회 2차 조정 재개 제안…삼성전자 '무조건 수용'·반올림 '동의' 의사 각각 전달
▲ 2018년 11월 = 조정위원회, 삼성전자·반올림에 중재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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