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상대로 40% 성공률·52% 점유율로 29점 맹폭
(인천=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훈련량도 많지만, 반복 훈련하면서 얻는 것도 많아요."
우리로 치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직장을 외국에서 잡은 것과 같다. 분명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새내기이지만, 하는 짓은 신인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이다.
미국에서 온 어도라 어나이(22·등록명 어나이)는 세 경기 만에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해결사'로 자리 잡았다.
어나이는 1일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40%, 공격 점유율 52%를 찍고 IBK기업은행의 공격을 주도했다.
블로킹 2점과 백어택 8점 포함 29점을 퍼붓고 팀의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지휘했다.
승패의 분수령이던 1세트에서만 14점을 올려 기선제압에 앞장섰다.
경기를 지켜본 한 배구인은 "어나이가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인 것 같다"며 "튼튼한 허벅지에서 높은 탄력이 압권"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경기 후 인터뷰장에 함께 등장한 IBK기업은행의 기둥 김희진에게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의 지옥 훈련을 겪고 어나이가 울었는지 묻자 "울었다"고 곧장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통역을 거쳐 이를 들은 어나이는 손가락으로 세어 보더니 세 차례 울었다고 밝혀 웃음의 농도를 더욱 짙게 했다.
어나이는 "훈련량이 많지만, 반복 훈련으로 얻는 게 많다"며 "맛있는 음식과 예의 있는 문화가 있는 한국이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 "수준 높은 공격수와 높이가 좋은 중앙 공격수가 많다"며 "수준 높은 배구를 한다"고 V리그 첫인상을 설명했다.
김희진은 "어나이의 파워가 전에 뛰던 메디(매디슨 리쉘)에게 뒤지지 않는다"며 "메디보다 타점도 높고 장점을 잘 살리는 선수인 것 같다"고 새 동료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이어 "그간 외국인 언니들에게 내가 의지하는 느낌이었다면 메디나 어나이는 어린 친구들이기에 이젠 내가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팀의 대들보로서 책임감도 보였다.
이정철 감독은 "어나이를 너무 띄워줘선 안 된다"면서도 "힘을 실어 때릴 수 있는 능력만 갖춘다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며 20대 초반의 우승 청부사 어나이에게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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