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이슬람교도 과격 시위로 마비…전국 대부분 학교 휴교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신성 모독죄'로 사형 위기에 처했던 파키스탄 기독교 여성에게 무죄가 최종 선고된 데 항의하는 현지 보수 이슬람교도들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파키스탄 이슬람교도 시위대 수천 명이 이번 판결에 항의하기 위해 인력거, 차량, 트럭을 불태우면서 파키스탄이 마비됐다.
교통 체증으로 구급차 운행이 지연되는가 하면 어머니들이 도로 옆에서 아기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등의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은 대부분 지역에서 휴교 조치를 내렸다.
시위대는 파키스탄 대법원장과 임란 칸 총리의 포스터를 곤봉으로 때리거나 포스터에 신발을 던지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이 고결한 대의명분을 위해 우리의 목숨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총리가 연설에서 한 모든 헛소리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이 인도 뭄바이 테러기획자로 지목한 하피즈 사이드가 창설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전위조직인 '자마트-우드-다와'(JuD)를 비롯한 우파 종교 단체들도 2일 열리는 이슬람 보수주의 정당 TLP의 시위에 동참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가디언은 이번 시위는 제어하기 어려운 분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신성모독 혐의로 8년간 독방 수감생활을 하며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여성 아시아 비비에 대해 무죄 선고와 함께 즉시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이슬람의 교조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자에 대해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보수 이슬람교계가 거친 말을 쏟아내며 시위에 나서자 칸 총리는 긴급 TV 담화를 통해 "판결에 맞서 국가와 충돌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한 바 있다.
앞서 파키스탄 사회는 비비에 대한 판결을 놓고 지난 수년간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다.
이번 판결 결과가 나온 직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대법원 청사 인근을 비롯해 카라치, 라호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수백 명의 보수 무슬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특히 TLP는 판결을 내린 대법관은 죽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등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비비의 변호사는 살해 협박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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