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 해 농사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 때문에 프로배구 시즌 초반부터 울상 짓는 구단이 늘고 있다.
남자부 최하위로 추락한 한국전력은 2라운드까지 '고난의 행군'을 치러야 한다.
러시아 출신 외국인 공격수 아르템 수쉬코(등록명 아텀)가 복부 근육 부상으로 2주 진단을 받아서다.
한국전력은 아텀을 빼고 치른 1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국내 선수만으로 투혼을 불살랐지만, 세트 스코어 2-3으로 졌다.
개막 직전 팀 훈련에 적응하지 못한 사이먼 히르슈의 대체 선수로 아텀을 뽑은 터라 한국전력은 더는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수도 없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아텀을 뽑아온 건 독일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던 선수여서 몸 상태에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며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당혹스럽다"고 했다.
아텀이 팀에 합류하는 한 달 동안 한국전력은 그 기간 토종 선수들로 반전을 꾀해야 한다.
남자부 4위 KB손해보험도 복부 근육 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은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를 내보내고 지난 시즌 한국전력에서 뛴 펠리페 알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를 새로 데려왔다.
펠리페는 힘과 파이팅은 좋지만, 세기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개인 훈련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펠리페가 KB손보에서 지난 시즌의 파괴력을 보여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흥국생명은 폴란드 출신 베레니카 톰시아(등록명 톰시아)의 적응이 아쉽다.
국제대회를 통해 우리나라 팬에게도 잘 알려진 톰시아는 KGC인삼공사와의 첫 경기에서 49%의 공격 성공률로 30점을 올려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후 세 경기에서 30%대 성공률과 평균 득점 16점에 그쳤다.
높이와 파워 어느 것 하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세터와의 호흡, 팀 내 적응 등 여러 문제점이 거론된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톰시아가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게끔 그의 내면에 있는 말을 끌어낼 수 있도록 자주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리그로 7년 만에 돌아온 베키 페리(현대건설·등록명 베키)의 경기당 평균 득점도 14점으로 기대를 밑돈다. 현대건설은 여자부 최하위로 고전 중이다.
톰시아나 베키가 터지지 않으면 나머지 날개를 책임진 토종 공격수에게 심각한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어 양 팀 감독은 경기를 풀어가는 데 애로를 겪는다.
이방인 문제로 심각한 팀과 달리 남자부 OK저축은행, 여자부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은 외국인 공격수의 기대 이상 성적으로 환하게 웃는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는 1일 현재 공격 종합 1위(성공률 60.11%), 득점 2위(136점), 후위 공격과 서브 2위에 올라 OK저축은행의 상승세를 지휘한다.
GS칼텍스의 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등록명 알리)도 잘 뽑아온 선수로 평가받는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연습 때보다 실전에서 알리의 서브 성공률이 높다"며 "초반에 불안 요소가 많았지만, 9월 하순부터 팀에 잘 적응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볼을 때리는 세기가 부족하나 블로킹과 서브가 좋다.
이소영, 강소휘, 알리로 삼각편대를 형성한 GS칼텍스는 3승 1패를 거둬 선두를 달리며 이번 시즌 돌풍을 주도한다.
뛰어난 탄력을 지닌 IBK기업은행의 어도라 어나이(등록명 어나이)는 한국식 지옥 훈련을 거쳐 더 성장할 조짐이다. 탄탄한 IBK기업은행의 조직력을 발판삼아 V리그에 완전히 적응하면 공격 전 부문을 싹쓸이할 재목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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